미국 FOMC '비둘기 메시지'에 안도한 금융시장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국채 등 보유 자산은 비교적 가까운 시일 안에 축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장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보다 여전히 낮다는 Fed의 진단에 주목해 연내 추가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인 다우, 나스닥,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미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달러화 가치는 13개월 내 최저치로 떨어졌다.

Fed의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6일(현지시간) 이틀간의 회의 후 기준금리를 연 1.00~1.25%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4조5000억달러(약 5007조원) 규모 보유자산 축소 일정에 대해서는 ‘비교적 가까운 시일 내(relatively soon)’라고 확인했다. 시장에선 자산 축소가 오는 9월께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FOMC 발표문에서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린 대목은 인플레이션 진단 관련 문구였다. 물가 수준은 Fed가 추가 금리인상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선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인 4.4%까지 떨어졌는데도 물가상승률이 지난 2월 이후 계속 낮아져 1.4%에 그치고 있다.

FOMC는 6월 발표문에서 “물가가 최근 하락했지만 목표치인 2% 약간(somewhat) 아래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문에선 “물가가 하락했고 목표치 아래에 있다”며 ‘약간’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이를 물가가 Fed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데 무게를 실은 것으로 해석했다. 신중한 물가 진단으로 볼 때 연내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다. 연내 금리인상 확률이 FOMC 회의 직전 50% 이상에서 회의 뒤 50% 이하로 떨어진 배경이다.

비둘기파적인 FOMC 회의 결과에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45% 상승한 21,711.01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도 0.03% 오른 2,477.83, 나스닥지수 역시 0.16% 상승한 6,422.75를 기록했다. 모두 사상 최고치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FOMC 발표 직후 장중 역대 최저치인 8.84로 떨어졌다.

미 국채 금리(10년물 기준)는 0.05%포인트 내린 연 2.2884%로 마감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3.26까지 떨어졌다. 올초 기록한 103.82에 비하면 10%가량 낮다.

Fed 통화정책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물가 외에 연방정부 부채한도 조정, 차기 Fed 의장 인선이 꼽힌다. 미 의회가 부채한도를 늘려주지 않으면 10월께 연방정부가 폐쇄돼 경제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의 4년 임기는 내년 2월 끝난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