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에 맛들인 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에 맛집 100곳
다음달 문을 여는 쇼핑몰 신세계 스타필드 고양점에는 100여 곳의 맛집이 들어설 예정이다. 신세계가 직접 선보이는 미국 가정식 매장 ‘데블스 다이너’를 비롯해 뉴욕 수제버거집 ‘쉐이크쉑’, 평양냉면 원조로 불리는 ‘의정부 평양면옥’, 중식 4대 문파인 홍보석파의 수장 여경래 셰프의 ‘루이’, 서울 연남동에서 인기를 끈 타이누들 전문점 ‘소이연남’ 등이다. 이들 식당 매장이 차지하는 면적만 1만4000㎡(약 4200평)를 넘는다. 이 쇼핑몰 전체 면적(9만1000㎡)의 15%에 이른다.

식당이 있는 공간도 독특하게 꾸몄다. 축제로 유명한 영국 에든버러 구시가지 모습을 재현한 ‘고메스트리트’, 음식 테마파크 느낌이 나는 ‘잇토피아’(사진) 등 4개의 콘셉트로 구성했다. 이 쇼핑몰을 운영하는 신세계프라퍼티의 임영록 대표는 “먹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통해 사람들이 감동할 수 있는 새로운 명소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쇼핑몰이나 백화점을 운영하는 유통업체들의 최근 ‘화두’는 식음료(F&B)다. 매장을 더 크게, 더 많이, 더 다양하게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좋은 데다 매출에 기여하는 부분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문을 열거나 새로 시설을 정비한 점포들은 어김없이 F&B 부문의 규모를 키우고 인기 맛집을 넣고 있다.

28일부터 7층 식당가와 지하 1층 식품관을 재단장해 문 여는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은 식당가 전체를 맛집으로 채웠다. 국내 냉면집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을밀대’와 미슐랭가이드 추천 식당 리스트에 오른 두부 전문점 ‘백년옥’을 백화점 가운데 처음으로 입점시켰다. 일본 가정식 전문점 ‘토끼정’, 홍대 수제버거 전문점 ‘아이엠어버거’ 등도 들여왔다.

작년 11월부터 부분적으로 식품관을 바꿔온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홍콩 유명 디저트 매장 ‘구슐바우어’와 일본 전통 과자 브랜드 ‘우지시키부노사토’ 등 해외 맛집을, 현대백화점 대구점도 지난 5월부터 400년 전통의 일본 소면 전문점 ‘진가와’를 들였다.

유통업체들이 이처럼 맛집 유치에 공들이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과거엔 식당가가 쇼핑하다 잠시 들르는 부대시설에 지나지 않았지만 요즘엔 매출을 올려주는 ‘효자’가 됐다. ‘쇼핑몰에서 쇼핑하는 사람 반, 먹으러 오는 사람 반’이란 말까지 나온다. 롯데몰 관계자는 “식당가를 넣는 게 집객효과 때문이란 것도 옛말”이라며 “요즘엔 매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요즘 같은 휴가철엔 기여도가 더 크다는 설명이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장마철이나 휴가철 식당가의 최근 3년 매출 증가율은 약 17%로, 백화점 전체 매출 증가율(3.6%)을 크게 앞섰다.

유통업체들이 F&B 이외엔 크게 차별화할 게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유통사의 경쟁력은 상품 기획에 있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 상품을 누가 먼저 유치하느냐의 싸움이었다. 온라인 시장이 커지고 해외 직구가 활성화되면서 이런 경쟁이 덜 중요해졌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먹는 것은 온라인으로 대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유통 업체가 우위에 설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은 식재료를 구입해 그 자리에서 바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그로서란트’(그로서리+레스토랑)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양평점에 국내 최초로 이 같은 형태의 매장을 선보인 롯데마트는 이달 서초점을 열면서 규모를 더 키웠다. GS수퍼마켓도 송파위례점에 스테이크용 고기를 즉석에서 구워주는 코너를 만들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