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난데없이 데카르트가 뜨고 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대명제로 유명한 프랑스의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마케팅의 트렌드로 부상한 ‘데카르트 마케팅(techart marketing)’을 두고 한 말이다. 데카르트는 기술(technology)과 예술(art)을 합쳐 만든 신조어다.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명화나 예술적 디자인을 적용해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정확한 발음은 ‘테카르트’지만 데카르트와 발음이 비슷해 ‘데카르트’라고 부른다.

[책마을] 미래 바꾸는 '문화적 일탈'…로봇은 흉내낼 수 없다
데카르트 마케팅은 처음엔 가전제품이나 정보기술(IT) 기기에 접목하는 것으로 시작됐지만 점점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아예 기존 예술작품을 제품에 활용하거나, 유명 예술가와 컬래버레이션하기도 한다. 문화가 산업 활동에 깊숙이 개입해 트렌드 자체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문화경제의 힘》은 미래 자본주의 중심에 ‘문화’를 두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위원으로 한국외국어대 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를 지냈다. 그는 “모든 사업은 상상력,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되지만 그 성패는 문화에 달려 있다”며 “경제현상이 눈에 보이는 물결이라면 그 저변에 흐르는, 잘 보이지 않는 큰 해류는 문화현상”이라고 말한다.

이젠 문화라는 관점에서 사회 변화를 이해해야 큰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창조계급이 자리한다. 창조계급은 지식과 문화적 영감으로 무장한 독특하면서도 이질적인 집단이다. 작가, 미술가, 음악가, 배우, 문화 관련 평론가 등이 해당한다. 세계 5000여만 명으로 추산된다. 창조계급의 문화적 행위가 앞으로 국가, 기업, 사회의 미래를 좌우하게 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특히 이들의 창조적 일탈은 예상외의 큰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파리의 중심부에 있는 에펠탑이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내는 관광 명소가 된 것도 일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에펠탑이 지어질 당시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구조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벗어나 300m가 넘는 철골 구조물로 에펠탑을 세웠다. 고전 건축양식과 공간미에 대한 개념을 단번에 깨버린 창조적 일탈이었다. 저자는 “도전적 일탈은 새로운 문화 창조의 모멘텀이 된다”며 “창조계급의 과감한 문화적 일탈이 국가나 기업 등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