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서 '꽃길' 걷는 한국 바이오시밀러
한국산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2분기(4~6월) 셀트리온의 ‘램시마’는 유럽시장 점유율 42%를 기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베네팔리’(한국명 브렌시스)도 유럽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효능에 가격을 낮춘 바이오시밀러를 가장 먼저 출시해 시장을 선점하는 ‘퍼스트 무버(시장 개척자)’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셀트리온, 사상 최대 실적

셀트리온은 2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2461억원, 영업이익 1383억원의 실적을 올렸다고 26일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0%, 영업이익은 79.4% 늘어난 것이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30~40%대이던 영업이익률은 56.2%로 뛰어올랐다. 이로써 상반기 누적 매출은 4427억원, 영업이익 227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50.8%, 118.8% 증가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상반기 실적으로 볼 때 올해 사업계획 목표인 매출 8604억원, 영업이익 4886억원을 충분히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유럽서 '꽃길' 걷는 한국 바이오시밀러
셀트리온이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램시마가 시장 지위를 확고히 다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램시마는 다국적 제약사 얀센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를 복제한 첫 바이오시밀러다. 2014년 유럽에 진출했고 작년 말부터 미국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오리지널 제품 대비 20%가량 저렴하다. 후발주자보다 먼저 출시돼 선점 효과도 누리고 있다는 평가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램시마는 오랜 기간 처방 데이터가 축적됐고 오리지널 제품과 교차 처방했을 때 효과가 동일하다는 점을 인정받았다”며 “바이오시밀러 중 유일하게 염증성 장질환에도 효과가 있다는 임상 데이터가 있어 안전성과 효능 면에서는 후발주자가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램시마의 매출은 작년 1분기 909억원에서 올 1분기 1758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유럽에서는 출시 2년 만에 오리지널 의약품 시장의 40%를 차지했다. 이를 발판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램시마는 지난 2분기 미국에서 2135만달러(약 240억원) 규모가 처방돼 1분기 처방액 671만달러(약 75억원)보다 218% 증가했다.

매출 늘어나는 삼성바이오에피스

미국·유럽서 '꽃길' 걷는 한국 바이오시밀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베네팔리도 2분기에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베네팔리의 유럽 판매사인 바이오젠은 올 2분기 베네팔리 매출이 8870만달러(약 990억원)로 전분기 대비 36% 늘었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베네팔리의 상반기 유럽 매출은 1억5400만달러(약 1700억원)로 작년 매출(1억60만달러)을 뛰어넘었다.

베네팔리는 다국적 제약사 암젠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브렐’(성분명 에타너셉트)의 바이오시밀러로 류머티즘관절염 등의 치료에 쓰인다. 지난해 1월 유럽의약품청(EMA)의 시판 허가를 받았고, 한 달 뒤 유럽연합(EU) 중 영국에서 가장 먼저 출시됐다. 베네팔리는 작년 하반기 판매가 급증해 4분기 5270만달러(591억원), 올해 1분기 6530만달러(72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2분기에는 8000만달러를 돌파했다. 엔브렐 바이오시밀러로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출시된 데다 경쟁 제품이 없다는 것이 성공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차별화 전략도 통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약을 쉽게 주사할 수 있는 펜 형태로 제작된 베네팔리 펜 제품에 대한 의사, 간호사, 환자의 선호도가 높다”며 “홍반, 발진 등 주사 부위 반응이 오리지널 제품보다 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후속 제품으로 시장 공략 강화

두 회사는 퍼스트무버 제품에 이어 후속 제품으로 하반기 시장 공략에 나선다. 셀트리온은 로슈의 ‘리툭산’ 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를 유럽에 본격 판매한다. 이 제품은 혈액암 일종인 비호지킨스 림프종과 자가면역질환인 류머티즘관절염 등에 효과가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트룩시마를 비롯해 램시마 피하주사(SC) 제형을 출시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에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로 램시마와 맞대결한다. 가격도 오리지널보다 35%가량 낮추고 공격적인 ‘패스트 팔로어(후발자)’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