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나온 LG디스플레이의 대규모 투자 발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주도하는 스마트폰용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을 빠른 속도로 추격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지금은 이 분야 시장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이번 투자를 통해 6.5세대 중소형 OLED를 본격 양산하는 2019년에는 20~30%까지 점유율을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LG디스플레이는 또 경기 파주에 대규모로 짓고 있는 P10 공장(10.5세대 설비)의 용도 결정을 내년 이후로 연기했다. 회사 내부의 기술력과 수율 등을 감안해 OLED를 생산할지, LCD(액정표시장치)를 생산할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대규모 투자를 동반하는 ‘위험 투자’인 만큼 신중을 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삼성 추격' 출사표 낸 LGD…"중소형 OLED 월 6만5000장 생산"
◆왜 중소형인가

'삼성 추격' 출사표 낸 LGD…"중소형 OLED 월 6만5000장 생산"
OLED는 크게 TV에 들어가는 대형 OLED와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중소형 OLED로 나뉜다. TV용 OLED를 개발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시장은 장악하고 있지만, 중소형 OLED는 해당 시장의 96%를 장악한 삼성디스플레이에 크게 밀리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08년부터 중소형 OLED를 만든 데 비해 LG디스플레이는 2013년에야 생산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부터 빠르게 LCD에서 OLED로 바뀌고 있다. 애플이 지난해 초 아이폰8에 OLED를 사용하기로 한 데 이어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도 OLED를 쓰고 있다. 한때 아이폰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의 80%까지 공급했던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의 주요 패널 공급업체가 된 것도 이 와중에서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아직도 중소형 OLED 투자 시점을 놓친 것이 너무 뼈아프다”고 말했다.

대형 OLED가 아직 수익이 나지 않은 데 비해 중소형 OLED는 수익률도 높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매출은 24조원대로 비슷했지만 삼성디스플레이 영업이익(1조6960억원)이 LG디스플레이(7091억원)의 2배를 넘은 것도 이 같은 수익성 차이 때문이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가 이날 투자 발표를 통해 중소형 OLED 월 생산량을 6만5000장까지 늘리기로 하면서 지금까지의 일방적인 열세는 극복할 전망이다. 6인치 스마트폰 기준 1억2000만 대에 들어갈 수 있는 양으로 2020년 OLED가 들어가는 스마트폰이 3억8964만 대에 이를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점유율은 30%에 이른다.

◆중국에는 대형 OLED 투자

LG디스플레이는 또 이날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10.5세대 OLED 생산을 위한 선행투자에 2조8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당초 10.5세대 생산을 위해 LCD는 8조원, OLED는 10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 점을 감안하면 투자금액이 지나치게 적다. 회사 관계자는 “선행투자는 박막트랜지스터(TFT) 생산라인을 설치하는 데까지 드는 돈”이라며 “OLED와 LCD 모두 TFT 생산까지는 공정이 동일해 해당 설비를 갖춘 이후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설명했다. TFT와 관련된 장비는 내년 하반기에나 P10에 입고될 예정인 만큼 10.5세대 생산라인에서 어떤 패널을 생산할지는 내년 말께 공개될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 광저우에 8.5세대 OLED 생산설비를 짓기로 하면서 늘어나는 TV용 OLED 수요는 당분간 충족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광저우 지방정부와 합작 법인 형태로 설립되며 LG디스플레이는 총 자본금 2조6000억원 중 1조8000억원을 댄다.

LG디스플레이는 이날 매출 6조6289억원, 영업이익 8043억원의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LCD 패널 가격 강세는 유지되고 있지만 중국 TV 제조업체의 수요가 줄면서 매출은 전 분기 대비 6%, 영업이익은 22% 감소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