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 홀까지 4타 잃었지만 이후 5타 줄이면서 우승

조던 스피스(24)가 146회 디오픈 최종라운드에서 간신히 공동 선두를 유지해 나가던 13번 홀(파4).
그는 티샷하자마자, 머리를 감싸 쥐었다.

공이 제대로 가지 않은 것을 직감한 것이다.

스피스는 이내 오른팔을 들어 공의 방향을 가리켰다.

티샷 순간 클럽 페이스가 열릴 정도로 그의 이 샷은 좋지 않았다.

스피스의 이날 우승에는 그러나 이 잘못된 티샷 한 방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의 이날 플레이는 13번 홀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갈렸다.

2위에 3타차로 앞선 채 최종라운드를 맞은 스피스는 전반 9개 홀에서 버디는 1개에 그치고 보기는 4개를 하면서 3타를 잃었다.

침착하고 냉정한 모습의 스피스답지 않은 모습에 우승마저 위태로워 보였다.

후반 들어 12번 홀까지 힘겹게 파로 막아냈으나, 13번 홀에서는 마침내 올 것이 오고 만 것이다.

티샷한 공은 페어웨이 오른쪽에 있던 갤러리마저 훌쩍 넘긴 뒤 경사면의 깊은 수풀에 박혔다.

스피스의 이날 대체로 샷이 좋지 않았는데, 13번 홀의 티샷은 더욱 그랬다.

스피스는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1벌타를 받은 후 공이 있던 곳과 홀을 직선으로 연결한 선상의 후방으로 공을 옮겼다.

후방에는 그러나 방송중계를 위한 투어 밴이 있어 칠 수 없었다.

스피스는 2명의 경기위원과 얘기를 나눈 뒤 투어 밴 뒤로 한참을 더 옮겼다.

공을 놓은 지점으로부터 그린은 보이지 않았다.

앞에 수풀로 된 언덕이 버티고 있는 까닭이었다.

거리는 260야드.
스피스는 아이언을 들었다.

그리고 힘껏 공을 쳤다.

1벌타를 받은 탓에 3번째 샷이었다.

공은 앞 언덕을 넘어 날아가더니 그린 근처까지 굴러갔다.

그린에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벙커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스피스는 이어 네 번째 샷인 어프로치로 공을 홀 2m 남짓에 갖다 놓았다.

그리고 까다로운 보기 퍼팅을 홀 속에 집어넣었다.

자칫 더블 보기 이상까지 범할 수 있는 상황을 보기로 막은 것이다.

13번 홀에서만 무려 30분이 걸렸다.

파 4홀의 경우 15분이 채 걸리지 않는데, 두 배가 걸린 것이다.

이 홀 보기로 스피스는 맷 쿠처(미국)에게 처음으로 선두 자리를 내줬다.

스피스의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30분짜리 13번 홀은 스피스를 '원래의' 위치로 돌려놓았다.

스피스는 이어진 14번 홀(파3)에서 홀인원을 할 뻔한 티샷으로 1타를 줄였다.

버디 퍼팅을 성공하는 순간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15번 홀(파5)에서는 이글을 잡았고, 이후 홀에서도 2개의 버디를 더 낚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13번 홀까지 4타를 잃었으나 이후 4개 홀에서만 무려 5타를 줄이는 저력으로 스피스는 '클라레 저그'를 처음 품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