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전기요금 인상에 이제 법인세까지….’

문재인 정부 들어 대기업이 맞닥뜨린 청구서 ‘3종 세트’다. 새 정부가 대선공약 이행과 재정 확보 등을 위해 꺼내든 카드다. 대기업 재무담당 임원들은 “어떻게 하나같이 기업 주머니만 털겠다는 발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정부는 정작 돈을 내야 할 당사자들에겐 한마디 의견도 묻지 않았다.

법인세율 인상(22%→25%) 추진이 대표적 일방통행식 청구서로 꼽힌다. 일단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목한 과세표준 순이익 2000억원이 넘는 대기업이 대상이다. 이들 기업은 증세 자체보다는 논의 진행 경로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지난주 발표한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데 증세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시작되자 서슴없이 ‘부자증세’를 들고 나왔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간단히 추인해버렸다. 증세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둘러싼 공론화 과정이나 세금을 내야 하는 당사자들의 의견 청취 한 번 없었다. 나중에 기업들이 높은 법인세율을 피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해외 과세당국에 신고하는 양상이 나타나면 오히려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또한 고려되지 않았다.

탈(脫)원전 정책의 부산물인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추진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원자력 발전 비중을 낮추면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반론이 나오자 “산업용 전기료부터 올리면 될 것 아니냐”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공약 이행에 따른 모든 부담을 기업에 떠넘기려는 것”이라며 “오죽하면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에 완벽하게 빨대를 꽂았다’는 비아냥이 나오겠느냐”고 반문했다.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16.4%)도 애초 의도와는 다르게 고임금 근로자가 많은 기업의 대폭적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최저임금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기업들의 의견이 사실상 묵살되거나 차단됐다는 불만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렇게 우격다짐 식으로 밀어붙이면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 의지만 꺾일 것”이라며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책도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창민/고재연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