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에서 인형뽑기방을 운영 중인 박모씨(57)는 사업 포기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무인 점포만을 노린 범죄가 늘고 있다는 말에 아르바이트생을 쓰려고 했지만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걱정거리다. 그는 “구인 사이트에 올린 아르바이트생 모집 공고를 지난주 내렸다”고 말했다.

시름 깊어지는 '나홀로 자영업'
‘나홀로 자영업자’를 노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형뽑기방처럼 무인으로 운영되는 점포들의 방비가 허술하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다. 최저임금마저 올라 이들 업주는 설상가상의 처지에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원 없이 홀로 점포를 운영하는 이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에만 396만6000명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만4000명 늘었다. 1인 자영업은 불황으로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힘든 이들이 주로 택하는 업태다. 대표적인 업종이 인형뽑기방이다. 작년 5월 33개에 불과했으나 1년 만에 1705개로 불어났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부분 생계 목적으로 노후자금이나 퇴직금을 털어 가게를 낸다”고 설명했다.

무인 점포를 노린 범죄가 최근 급증하면서 ‘벼랑 끝 창업’을 선택한 자영업자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기계를 파손하거나 안으로 들어가 인형을 꺼내가는 등 사소한 범죄는 ‘애교’ 수준이다. 지난 17일에는 전국 7개 도시에 있는 인형뽑기방 23곳에서 2000만원을 훔친 10대 3명이 검거됐다. 지난 5월 충북 청주에서는 인형뽑기방을 털어 3000만원을 훔친 10대들이, 4월에는 서울에서 4600만원을 훔친 20대가 붙잡혔다.

폐쇄회로TV(CCTV)나 경보장치도 범죄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추지현 형사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무인 뽑기방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미리 계획된 경우가 많아 경보장치를 설치하거나 순찰을 강화해도 막기 어렵다”며 “관리자가 상주하는 게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라고 말했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서울 노량진역 인근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최진성 씨(62)는 “24시간 무인으로 운영하는 데도 한 달에 200만원도 못 가져가고 있다”며 “퇴직금을 털어 마련한 가게가 털릴까봐 매일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서울 마포구에서 인형뽑기방을 운영하는 김모씨(55)는 “최저임금이 급등하면서 범죄 예방 비용도 함께 급등한 셈”이라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아예 창업하지 말 걸 그랬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