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경 45일 만에 국회 통과 > 22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집단 퇴장 속에 통과되고 있다. 추경안 통과는 지난달 7일 국회에 제출된 지 45일 만이다. 연합뉴스
< 추경 45일 만에 국회 통과 > 22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집단 퇴장 속에 통과되고 있다. 추경안 통과는 지난달 7일 국회에 제출된 지 45일 만이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국회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의결 정족수 미달 사태의 후폭풍에 휩싸였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가까스로 추경안이 통과됐지만 당시 본회의에 민주당 의원 120명 중 26명이 불참했기 때문이다. “집안 단속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원내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민주당과 불참 의원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성토 글이 줄을 이었다. 일부 의원이 비판에 대해 반박에 나서고, 여기에 비판글이 다시 쇄도하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민주당 비판 댓글 이어져

‘정치개혁 준비된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모임’은 23일 성명서를 통해 “추경 예산 표결에 불참한 의원들의 공식적인 사과와 당 차원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용득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권리당원들의 강한 공분이 있습니까? 죄송하네요. 그런데 님들은 어떤 정치를 원하세요? 저는 획일적이고 군대조직 같은 각이 선 정치는 원치 않는다”고 썼다.

이어 “18일 모든 일정이 끝난다고 예상했고 그래서 장인, 장모님의 패키지 효도관광을 예약했었다. 막상 19일이 돼도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고 의총에서는 8월2일 본회의 얘기가 나와 당에 사전통보하고 여행을 떠났다”며 “그런 상황에서 노인네들을 실망시키며 모든 걸 취소했어야 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이 의원의 해명글에 네티즌은 “국민이 원하는 추경을 처리하는 것이 본인의 가족과 여행 가는 것보다 뒷전이라면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은 없다. 다음에는 국회의원 하지 말고 개인으로 효를 다 하시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금태섭 의원은 페이스북에 비난 댓글이 잇따르자 미국 국무부 초청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금 의원은 “물론 출장 전에 당과 국회에 보고하고 다녀왔고, 만약 중간에 귀국하라는 요청이 있었으면 당연히 돌아갔겠지만 그런 요청은 없었다”고 썼다. 이어 “전화번호를 알려주시면 저도 전화드려서 왜 함부로 욕을 하시는지 따지고 싶다”며 개인 전화번호를 공개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부터),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부터),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기강 세우고 반면교사의 장 만들 것”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추경 처리와 관련, 지난 두 달간 고생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음에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게 아쉽다”며 “의원들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반면교사의 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국회에 표결 직후 도착했거나 오는 중이던 국내 2인(우상호·송영길)을 제외하고 24인이 해외 체류 중이었다”며 “강창일 의원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면담을 이유로 불참했고, 박병석·박용진·안규백·전해철 의원은 중미 국가 의회와 정부 고위직 상호 교류 사업 참석을 이유로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철희·진영 의원은 국방위원회 프로그램 참석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국회는 지난 22일 본회의 개의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 26명이 불참해 한때 정족수를 못 채웠다. 야 3당의 추경 심사 보이콧에 공무원 증원 규모를 대폭 줄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협조를 얻는 방식으로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정부조직법의 최대 쟁점이던 ‘물관리 일원화’ 논의는 뒤로 미뤄야 했다. 공무원 증원 관련 예산 80억원은 추경이 아니라 정부 목적예비비에서 지출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107석을 보유한 제1야당이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추경안 합의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직전까지 두 야당을 설득해 공동 대오를 형성한 한국당은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