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설계, 매년 건강검진 하듯이 체계적으로 세워야
평균수명 연장으로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제2의 인생’인 은퇴 후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노후 준비는 여전히 미흡하다. 지난해 한 민간경제연구소가 대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8%가 노후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들 중 65.4%는 그 이유로 ‘자녀 교육비, 결혼자금’을 꼽았다.

이처럼 주변에서 자녀에게 ‘올인’하느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자녀 교육에만 집중하고 노년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에듀푸어’에서 ‘실버푸어’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자녀를 보살피는 일과 부부의 노후 준비는 상호 균형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계적인 은퇴설계를 통해 은퇴 후에도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은퇴설계는 금전과 시간에 대한 일종의 건강검진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본인의 재무상태를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은퇴 이후를 대비하는 것이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 것처럼 은퇴설계 또한 정기점검을 통해 상황 변화에 맞게 준비해야 한다. 은퇴설계 시에는 배우자의 노후까지 고려해야 한다. 특히 맞벌이 부부가 많은 요즘은 부부가 함께 은퇴 준비를 하는 것이 필수다. 남편이나 아내가 사망할 경우 남은 배우자의 여생까지 준비해야 하며, 은퇴 후 발생할 수 있는 소득공백기인 ‘은퇴 크레바스’에도 대비해야 한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40~50대라면 더 체계적인 은퇴설계가 필요하다. 건강과 관련된 보장이 부족하다면 CI보험, 암보험 등 보장성보험은 물론 실손보험 등에 가입해 두는 것이 좋다. 노후가 불안하다면 자녀 유학자금, 결혼자금 등에 대한 준비는 뒤로 미루고 본인의 노후부터 우선 준비해야 한다.

은퇴설계의 첫걸음은 본인에게 필요한 월생활비를 가늠해 보는 것이다. 노후 월 생활비를 추정한 후에는 현금흐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를 살펴봐야 한다. 부동산 등 보유자산은 언제든지 자산가치가 감소할 위험이 있으므로 노후에는 보유자산 외에 매월 일정한 소득이 발생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연금소득, 임대소득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연금 등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방법, 수익성 부동산 등 자산을 매입하거나 보유자산을 유동화하는 방법 등이다.

연금소득의 경우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층 연금구조를 잘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특히 현금흐름이 없는 비수익성 부동산 자산이 많다면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개인연금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임대소득은 상가, 원룸 등 월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수익성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보유 중인 주택을 담보로 역모기지론을 활용하면 매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 또 은퇴 이후에는 거주 중인 주택의 크기를 줄여 남은 자금을 노후생활에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00세 시대’를 맞아 인생 전반기에는 양적인 생산활동에 가치를 뒀다면, 후반기에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질적인 활동으로 가치를 이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성급한 은퇴설계보다 좀 더 신중하고 치밀하게 고민하면서 전문가와 함께 내게 맞는 솔루션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경일 < 교보생명 경인노블리에센터 웰스매니저(W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