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복지 등 100대 국정과제 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이른바 ‘부자 증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 재정전략회의에서 증세를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초 발표될 내년도 세법개정안에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대로 과세표준 2000억원을 초과한 초대기업 대상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높이고, 5억원 초과 초고소득자 대상 소득세율은 40%에서 42%로 높이는 방안이 포함될 것이 확실시된다.
'일자리 정부'의 역주행…"법인세 인상, 기업투자 위축시킬 것"
하지만 이 같은 급격한 증세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과 맞물려 기업 투자 위축과 일자리 창출에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 일자리가 감소하고 법인세 인상은 대기업의 투자 축소와 해외 탈출을 부추길 것”이라며 “민간 일자리 상황은 갈수록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대기업들은 대대적으로 회사 분할에 나서면서 세율 인상을 회피하는 현상이 늘어날 것”이라며 “국내 대기업들이 다운사이징(규모 축소)을 하는 가운데 투자를 기피해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들은 제대로 목소리도 내지 못한 채 속만 끓이고 있다. 재계는 법인세 인상 자체가 국제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이 앞다퉈 법인세를 내리는 상황에서 한국만 올리면 국가 간 세율 차이로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어서다.

투자 및 고용을 늘릴 여력 자체가 사라져버릴지 모른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기업들이 그동안 법인세 인하 후 꾸준히 투자와 고용을 늘려왔는데, 법인세를 다시 올리면 이를 줄일 게 불 보듯 뻔하지 않겠느냐”며 “일자리 정부라고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오히려 일자리를 죽이는 방향으로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인세율이 3%포인트 오르면 해외로 자본이 29조원 빠져나가고 세수는 1조원에서 최대 2조3000억원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경제계는 추산했다. 법인세율 인상분의 실질적인 부담을 근로자와 소비자 등이 떠안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당정의 주장대로 법인세율을 올리면 세수뿐 아니라 일자리마저 감소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상열/장창민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