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목해야 할 페덱스의 소비자 중시 경영
올해보다 16.4% 오른 시급 7530원의 내년도 최저임금이 논란 끝에 지난 15일 결정됐다. 노동계의 시간당 1만원과 사용자 측의 6625원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결국 투표로 결정됐다. 법정 시한 마지막 순간에 아슬아슬하게 결정되는 행태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데, 노사 간 극한대립이 좀처럼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 도움이 되도록 각자 자신의 과다한 욕심을 조금씩 내려놓고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다들 그렇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상대방 처지보다 자신의 처지를 먼저 생각해 더 많은 것을 가져가려고 아귀다툼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이기심의 표출은 모든 것이 풍족한 요즘 세상에 더 크게 나타나고 있고, 이는 사회적 불평들을 포함해 모든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만 갖춰도 사회적 불평등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갈등 상당부분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관계를 예로 들어보자. 예전에는 생산자가 소비자를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자신의 관리지표를 정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생산자는 이들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추후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소비자들이 이를 잘 알지 못하고, 결국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소비자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생산자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다가 사회에 엄청난 피해를 끼친 비극적인 경우도 많았다. 수많은 산모와 영유아 등이 사망하거나 폐 손상을 입은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대표적이다.

반면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소비자 관점에서 생각하고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도 만족하고 생산자도 좋은 성과를 낸 경우도 많다. 국제 항공특송회사 페덱스(FedEx)가 대표적인 예다. 페덱스가 중요하게 관리하고 있는 지표들은 대부분 소비자의 입장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소비자와 약속한 시간에 물품을 인수하지 못한 비율’이라든지 ‘배달돼온 물품을 받았을 때 파손된 채로 배달된 비율’ 같은 지표들이다.

페덱스가 이 지표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면 할수록 페덱스의 서비스에 만족하는 소비자가 늘어난다. 페덱스는 서비스 가격에도 차등을 둬 서로 다른 소비자 유형을 만족시키고 있다. 소비자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기업의 더 좋은 평판과 수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처럼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기업은 물론이고 서비스기업도 소비자 형편을 생각하는 게 아주 중요한 시대가 됐다. 소비자 입장을 반영하는 지표관리가 더욱 필요해졌다는 의미다.

그간 우리 사회는 다들 자기 자신의 관점만 내세웠던 게 사실이다. 우리가 보는 많은 다툼은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자기 이익만 챙기려는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을 보고 처리하는 방식도 역지사지가 아니라 아전인수(我田引水)가 많았다. 이제라도 각자 처지를 바꿔 상대방의 자리에서 바라보고 행동해 나간다면 개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사회와 나라의 미래 또한 더욱 밝아질 것이다.

박광태 < 고려대 교수·경영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