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억제제 3개월 이상 먹으면 위험해요"
지난달 다이어트약을 장기간 먹은 30대 여성이 아파트에 불을 질러 체포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다이어트약에 들어 있는 펜터민 성분 때문이었는데요. 이 성분은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 복용 시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식욕억제제는 불면증, 불안감, 우울감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는 제품이 많습니다. 심하면 환각, 이명, 섬망, 중독 등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약의 성분이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마약과 비슷한 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식욕억제제에 쓰이는 성분은 펜터민 외에도 펜디메트라진, 마진돌 등이 있습니다. 뇌 시상하부의 식욕중추에 작용해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하고 포만감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 중 펜터민이 들어간 약은 디에타민정(대웅제약), 아디펙스(광동제약·사진)가 있습니다. 펜디메트라진은 푸링(알보진)에, 마진돌은 사노렉스(대원제약)에 들어 있습니다.

이 약들은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돼 4주 이하 단기 복용하는 게 원칙입니다. 장기 처방을 받더라도 3개월을 넘기지 말아야 합니다. 다이어트 효과를 높이려고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약을 처방받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이런 위험천만한 일은 절대로 해선 안 됩니다.

오랜 기간 식욕억제제를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식욕억제 효과도 떨어지고 약물중독이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적 문제뿐만 아니라 고혈압, 심혈관 질환, 갑상샘 이상 등 합병증도 생길 수 있습니다. 비만을 치료하겠다는 생각보다 식습관을 개선하는 다이어트 보조제로 사용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복용해야 합니다.

식욕억제제를 먹으면 호흡이 빨라지면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입 마름, 식은땀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상현상이 심해지면 즉시 전문의와 상의하고 정해진 용량과 복용 기간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여러 종류의 다이어트약을 한꺼번에 먹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우울증과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복용해선 안 됩니다. 고혈압 환자나 갑상샘 항진증 등 질환자도 주의해야 합니다.

다이어트약의 부작용을 설명하면 어떤 분들은 살이 쪄서 우울한 것보다 다이어트약을 먹고 우울한 게 낫다고 합니다. 그런데 약물로 날씬해진들 건강을 해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체중 감량보다 더 중요한 걸 잃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