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큰 워드(spoken word)’는 ‘말로 쓰는 글’이라는 의미다. 굳이 비교하면 낭독이나 연설과 비슷하다. 구어에 연극적 요소를 더하기도 하고, 음악을 덧입히기도 한다. 특히 스포큰 워드를 발표하는 방식 중 하나인 포에트리 슬램(poetry slam)이 인기다. 직접 쓴 시를 래핑(rapping)으로 관객에게 선보이는 형식이다. 시 낭송과 랩의 중간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

[한경미디어 뉴스룸-캠퍼스 잡앤조이] 시낭송을 랩처럼 한다 '스포큰 워드' 전도사 박세준
박세준 씨(30·사진)는 한국에 스포큰 워드를 전파하겠다고 마음먹고 미국에서 날아왔다.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한창 예민해질 무렵인데 말이 통하지 않아 성격이 소심하게 변해갔다. 그때 접한 것이 힙합 음악이었다. ‘돈이 좋아요’ ‘여자가 좋아요’라며 당당히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가사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는 “표현에 소극적이던 제게 그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며 “그때부터 랩 가사를 혼자 끄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빠져들면서 생활도 바뀌었다. 프로듀싱과 랩 가사 쓰기를 즐기며 타지에서의 외로움을 거뜬히 이겨냈다. 원하던 대학에도 입학했다. 하지만 그가 진학한 아이비리그의 코넬대는 숙제, 시험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공부에 지쳐 있다가 우연히 학교에서 여는 스포큰 워드 이벤트에 참여하게 됐어요. 공연이 끝나고 관객이 박수를 보내는데 ‘이거다’ 싶더라고요. 오랫동안 잃어버린 소중한 뭔가를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박씨의 회상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귀국해 YG엔터테인먼트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2년 정도 소셜미디어 마케팅 업무를 하다 2016년 퇴사했다. 배울 건 많았지만 10년, 20년 후 미래가 그려지지 않아서였다. 이후 박씨는 ‘치즈 앤 소주’ 블로그를 운영하며 스포큰 워드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처음 한국에 돌아와 스포큰 워드에 대해 말할 때는 아무도 몰랐어요. 하지만 요즘은 조금씩 아는 사람이 생겨 뿌듯해요. 제 꿈은 스포큰 워드로 성공해 건물주가 되는 겁니다. 지금은 번역 알바로 먹고살지만 언젠가는 투자도 받고 인지도도 높여 2층 건물을 살 수 있겠죠.(웃음)”

박해나 한경매거진 기자 phn09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