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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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의 자질만큼은 높이 평가되었으나 제한된선발 인원으로…"
"더 좋은 기회가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더 좋은 인연으로 함께 하길…"

기업 채용 불합격 통보가 취업준비생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대개 기업 인사담당자는 서류나 면접전형 결과를 발표하면서 탈락자에게 이 같은 문구를 보낸다. 일부 기업은 예의를 차린다는 이유로 고배를 마신 지원자에게 더 큰 좌절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5월 인크루트가 탈락 통보를 받은 구직 경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귀하의 자질만큼은 높이 평가되었다'(15%)는 문구를 가장 불편하게 느꼈다. '다음 번에는 꼭 함께 하자'(12%) '귀하의 열정만큼은 높이 산다'(11%)' 등이 뒤를 이었다. 채용에 탈락한 취준생에게는 어떤 미사여구도 반갑지 않다.

탈락 통보조차 못 받는 경우도 있다. 지원 기업으로부터 탈락 통보나 안내를 받지 못해 난처했던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68%에 달했다.

취준생 입장에서는 자신이 어떤 능력이 부족해 떨어졌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문항에 500~1000자씩 요구하는 기업의 자기소개서를 정성스럽게 써도 피드백은 없다. 탈락 요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탈락 이유를 모르니 인재상에 부합하지 않은 기업에 수차례 입사 원서를 넣어도 계속 떨어진다. 결국 당장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적을 수 있는 어학 성적이나 각종 공모전에 몰두하는 취준생들이 많다.

과연 '자질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도 탈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면 취준생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이 부족한 점을 보완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채용 시장이 '해설지 없는 문제집'과 같다는 비유가 절로 나온다.

채용 공고를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근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민간 기업은 지원자의 전공 등 직무 능력을 본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13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사담당자의 83.4%가 '지원자의 학력 사항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주로 확인하는 학력 사항에서는 최종 학력과 전공 분야가 각각 1·2위를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원자가 많이 몰리면 전공으로 선별하거나 어학 성적으로 컷오프한 뒤 전공을 본다"면서 "차라리 대학 입시처럼 채용 공고를 구체화하면 허수 지원자가 줄지 않겠느냐"고 했다.

적어도 지원자가 어떤 사유로 탈락했는지 밝힐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공채 시즌이 되면 각 취업 커뮤니티에는 'OO 기업 합격자 스펙'이란 글들의 조회수가 높아진다. 스펙이 높으면 높은대로, 낮으면 낮은대로 '불필요한' 스펙 쌓기가 시작된다. 한국이 '스펙 공화국'이 된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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