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인플레이션이 경제 회복세를 따라잡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양적완화 축소 논의를 9월로 미뤘다.

드라기 총재는 2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 기자회견에서 “강력한 경기회복을 보이고 있지만 물가와 임금 상승이 뒤따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속적인 경기 확장으로 인플레이션이 목표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오를 것이란 확신이 있지만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며 “인플레이션을 점차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여전히 상당한 수준의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회의에서 제로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현행 -0.40%와 0.25%로 동결하기로 했다. 월별 600억유로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경제전망 악화시 추가 자산매입 가능성도 열어놨다.

ECB는 경기부양을 위해 2015년 3월부터 2조3000억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을 골자로 한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이런 통화정책에 힘입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17분기 연속 성장세를 보였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6%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 호조에 힘입어 독일과 북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양적완화 축소 요구가 이어졌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달 27일 ECB 연례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다시 한발 후퇴한 태도를 보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ECB가 출구전략을 펴더라도 몇 년에 걸쳐 아주 천천히 진행할 것이란 ‘신호’라고 해석했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지난 12일 물가 부진이 지속되면 긴축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며 한발 후퇴한 발언을 내놨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