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선박 거래시장에서 한국 조선소가 건조한 선박이 중국산(産)보다 최대 두 배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산 중고선은 선령이 오래될수록 품질 면에서 중국산과의 격차가 커져 가치가 더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성동조선해양이 2008년 건조한 18만t급 벌크선은 지난해 말 약 3000만달러에 매각됐다. 같은 선령(8년)의 18만t급 중국산 벌크선은 지난해 말 이 가격의 절반 수준인 약 1600만달러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세계 선박 발주가 집중된 2008년은 중국이 벌크선을 건조하기 시작한 시점이라 중고선 품질이 한국산과 차이가 많다”고 설명했다. 대한조선이 2010년 건조한 18만t급 벌크선 역시 2015년 2700만달러에 매각됐다. 같은 시기 동급 중국 선박(1900만달러)보다 42.1% 비싸게 팔린 것이다. 해운업계 고위관계자는 “유럽 선주 사이에서 중국산 선박 품질이 좋지 않아 배를 오래 보유할 거면 한국산을 써야 한다는 평가가 많아지고 있다”며 “중국산은 선체의 용접 불량이 많고 파이프라인이나 후판(선박용 철판)도 튼튼하지 않아 선박 골격이 시간이 지나면 쉽게 손상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벌크선 이외 다른 선종에서도 이런 현상은 두드러지고 있다. 지어진 지 1년밖에 안 된 중고선의 경우 중국 진하이중공업에서 건조한 초대형유조선(VLCC)은 6000만달러에 거래된 데 비해 현대삼호중공업 선박은 이보다 35% 비싼 8100만달러에 팔렸다.

선령이 오래된 한국 선박이 더 높은 가격을 받기도 한다. 현대중공업이 2011년 건조해 작년 7500만달러에 매각한 선령 6년의 VLCC는 중국 다롄조선소가 매각한 선령 4년의 VLCC(6730만달러)보다 11.4% 비싸게 매각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오래전 건조한 중국 선박의 중고선 가격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어 앞으로 중고선가 격차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고선가지수는 2010년 157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하며 작년 말 75까지 떨어졌다가 올 들어 상승해 88로 높아졌다. 중고선가지수는 2000년 1월의 중고선박 가격을 기준(100)으로 세계 중고 선박값을 평균해 지수화한 것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