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내 부동산, 해외에 비하면 저평가 심해…10~20년 내 폭락 없다"
“국내 주택시장은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측면에서 전혀 과열된 상태가 아닌 데다 향후 수년간 공급보다 수요가 더 강한 시장입니다. 당분간 국내, 특히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건설·부동산업종 애널리스트 중에서도 ‘강심장의 사나이’로 통한다. 최근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들이 잇따라 부동산 재테크 서적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대한민국 부동산 대전망》(원앤원북스)을 펴낸 이 위원은 책과 리포트에서 앞으로 10~20년간 국내 부동산시장이 폭락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자산과 달리 주택은 ‘실거주’ 목적이 반영된 생활필수품이기 때문에 ‘사회적 재화’로 보는 인식이 강하지만 집도 다른 경제적 재화처럼 ‘수익성 자산’으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은 당분간 상승 여력 충분

이 위원은 우선 “가계부채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평균 가계의 재무구조는 매우 건전한 상태”라며 “한국 부동산 가격은 해외와 비교해 매우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주식시장에서 어떤 회사 주가가 내재가치에 비해 싼지, 비싼지 검증하는 식으로 부동산 가격도 ‘가치평가’를 시도했다. 그는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과 비슷한 주택가격 지표인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을 보면 한국은 6.1배(전국 평균 기준)로 해외 주요 국가와 비교해 현저히 낮다”고 말한다. 이 수치는 국내 근로자 연 소득으로 주택 구입 시 6.1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이 위원은 “미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독일의 평균 PIR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27% 할인 거래 중이고, 주변국가인 중국 일본 대만보다는 67.3% 디스카운트됐으며, 동남아 5개국(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보다도 71.5%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의 부동산시장이 글로벌 시장과 큰 차이를 보이며 괴리된 이유로 “기관이나 외국인의 수급이 거의 없이 개인 위주로 시장에 참여해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국내 부동산은 아직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상승 여력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보다 수도권이 저평가돼 있다고 강조했다. 수도권만 놓고 보면 대만과 일본보다 약 55~57% 할인 거래되고 있는 등 주택 가격에 수도권 프리미엄이 부여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위원은 “수도권은 2015년부터 본격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세에 들어섰지만 2010년부터 4년간 집값이 부진하며 PIR지표도 거의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간 지방과 달리 수도권에선 소득 증가에 따른 효과가 부동산 가격에 반영되지 못한 채 상승 여력을 계속 쌓아오다가 최근 들어 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또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고 노후주택 교체로 인해 지방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도권 집값에 영향을 줬다”며 “여기에 수도권 인구 집중이 변함없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도 한몫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도 수도권 집값은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등에서 지난 10여 년간 미뤄뒀던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고, 경기에서도 지어진 지 15년 이상 된 아파트들의 수직층축 리모델링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단기간에 그칠 이슈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지속적인 멸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택 수요가 강한 점까지 고려하면 당분간 수도권 주택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 “일본같은 부동산 폭락 없을 것”

‘1990년대 일본의 버블 붕괴 같은 부동산 폭락이 한국 부동산시장에서도 나타날 것’이란 일각의 예상도 편견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 위원은 “일본 부동산시장은 1991년 최고점 대비 2013년 택지와 상업지가 각각 70.7%, 86.1%(오사카 기준) 하락했지만 이만큼의 하락폭이 나타나려면 그 전에 상승폭이 있어야 한다”며 “한국은 일본만큼의 급상승이 나타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과 같은 인구 감소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지만 한국은 적어도 2030년까진 인구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수도권 인구 집중도도 일본보다 훨씬 높으며 이 비중이 앞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임금 상승이 없었던 일본과 달리 한국은 물가상승률을 넘는 수준에서 임금도 오르고 있어 일본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한국과 일본 모두 청년층보다는 50~60대 이상에 자산이 집중돼 있는데, 한국의 장년층은 노후 대비를 못해 이들이 은퇴하면 자산 처분으로 주택 가격이 부진할 것’이라는 일부 주장도 현실에선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위원은 “저금리로 이자비용 부담이 낮아지면서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이미 축적된 자산을 이용해 담보대출 등을 받아 연 3~4% 수준의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며 “부채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자산과 가처분소득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