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올가을 공채 'GSAT' 그대로 본다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역대 최대 규모에 육박하는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 나선다. 또 이른바 ‘삼성고시’로 불리는 입사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GSAT: Global Samsung Aptitude Test)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18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올 하반기 공채에서 GSAT을 존속시키기로 사실상 결정했다”며 “그룹 조직이 사라졌다고 갑자기 입사전형을 바꾸면 취업준비생들이 큰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 계열사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같은 날짜에 동시에 GSAT을 치르되 채용 인원과 면접 방식은 자율로 정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사상 최대 실적에 걸맞게 대졸 공채 인원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평택 반도체공장, 아산 디스플레이공장 등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어 인력 충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정확한 채용 인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과거 수치를 고려할 때 5000명 안팎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다. 통상 삼성그룹은 하반기 대졸 신입 공채에서 5000명, 연간 기준으로 8000명 안팎을 선발해 왔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70% 정도를 차지했다.

과거 삼성전자의 하반기 공채 규모가 3500명 안팎에 달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올 하반기 공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늘어날 것”(삼성 관계자)이라는 전망을 대입하면 올 하반기 공채 인원이 5000명 내외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지난 3월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지속돼온 삼성그룹 채용 일정과 전형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삼성은 당초 GSAT을 폐지하고 모든 전형을 계열사 자율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현실적으로 대학생들의 취업준비 상황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다는 전언이다.

여기에 GSAT을 대체할 만한 필기시험을 찾기도 어렵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GSAT을 없애면 채용과 관련한 비리, 잡음이 많이 나올 수 있다”며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인재를 효율적으로 뽑을 수 있는 평가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전했다. 삼성은 획일적인 채용 기준 다변화를 위해 2014년 초 대학 총장의 추천을 받은 학생에게 서류 면접을 제외하는 채용 혁신 방안을 발표했지만 ‘대학 서열화 논란’에 밀려 포기한 적이 있다.

삼성 계열사들의 채용 방식은 회사별로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올 상반기까지는 그룹의 채용 공고를 시작으로 서류전형(직무적합성평가)을 거친 후 필기시험(GSAT), 면접 등 3단계 절차를 통해 신입사원을 선발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계열사별로 채용 공고를 별도로 낸다. 계열사에 따라 한두 단계 전형을 생략할 수도 있고 다른 전형을 추가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학력, 성별, 나이 등을 따지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독려하고 있어 서류 전형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GSAT을 치르는 시점은 지난해처럼 10월 셋째주 일요일(15일)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산하 인력개발원이 GSAT 시험을 주관하되 계열사별 중복 지원은 막는다는 방침이다. 계열사별로 시험 문항을 달리 출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좌동욱/공태윤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