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이라 빈정대지 마라…부모들 모두 울고 싶은 심정"
“헬조선이라 빈정거리지 마라, 부모세대야말로 전부 울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청년들에게 앞 세대의 성취와 피땀을 폄하하지 말라는 한 대학교수의 호소가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젊은이들에게 가슴에서 호소합니다’라는 글이다. 그의 글은 17일 하루종일 카카오톡 등 SNS를 돌아다니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페이스북에서만도 1000회 가까이 공유되면서 수십만 명에게 노출됐다.

이 교수는 “이 땅에 살 만한 정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헬조선’이라 욕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당신의 조부모와 부모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자리가 없어 대학을 나오고도 독일의 광산 광부로 갔고 간호사로 간 할아버지 할머니 시대를 부정하고도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런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아플 때도 아프다 못하고 힐링하겠다고 응석도 못 부리는 선배 세대를 조롱하는 철없는 짓을 그만두라고 호소했다. 한국에 불법 취업 해 일하는 필리핀과 몽골 대학생들의 처지를 보라고도 했다.

‘흙수저’였던 자신의 얘기도 꺼냈다. 무학의 소작농 아들로 태어나 중학교 때까지 등잔불과 호롱불 아래서 공부했다고 했다. 영특했던 누이는 초등학교 졸업 후 공장에 취업해 어머니의 지워지지 않는 한이 됐다고 전했다. 대학 내내 입주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단돈 300만원을 들고 무작정 유학을 떠났다고 소개했다. 미국에서는 아내가 보모로 일했고, 자식의 우유와 오렌지 주스는 흑인 아이들처럼 사회보장 프로그램에 의존했다고 전했다.

무분별한 반(反)기업 정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당신(젊은이)들이 우습게 아는 대한민국 기업들은 가발공장에 납품하는 하청업체부터 시작하고 배워서 지금까지 일군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벤처 지원책도 금융도 없었고, 대학도 없었고, 컨설팅 없이 자유수출공단에 진출한 일본인들에게 술을 대접해가면서 배웠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스타벅스 커피, 컴퓨터 게임, 해외 배낭여행 등 그 어떤 것도 당신들이 이룬 것은 없다”며 “제발 응석 부리고 빈정거릴 시간에 공부하고 너른 세상을 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 세대는 그저 물려받은 것보다 몇 십, 몇 백 배로 일구었을 뿐이라고도 했다. “죄가 있다면 인생은 원래 고달픈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려주지 못했고, 사기꾼들이 이 나라 밖 어딘가에 천국이 있는 것처럼 거짓을 전파하는 것을 미리 막지 못한 것뿐”이라고 자조했다.

침묵하는 부모들은 매일 울고 있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부모세대의 침묵은 어이가 없거나, 말해도 못 알아듣는다고 포기하거나, 애정의 표현이지 당신들의 응석이 옳아서가 아니다. 그들은 속으로 울화통이 터지거나 울고 계실 것이다. 나는 그렇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