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좋지만…감당할 수 있을까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시급 6470원)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확정됐다. 인상액 기준(1060원)으로 역대 최대이고, 인상률로는 17년 만의 최고치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새 정부의 공약이 가시화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5일 열린 11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된다. 이번 인상률은 2010년 이후 최저임금 연평균 상승률(8.7%)의 두 배다. 2007년 이후 11년 만의 두 자릿수 인상이고 2001년(16.6%) 이후 17년 만에 16%대로 올라갔다.

최저임금 상승은 혜택을 보는 근로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2%대로 떨어진 경제성장률, 1%대인 물가상승률 등 경제 기초체력을 고려하면 결코 반길 수만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저속 성장하는 한국 경제가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률을 감내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이유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새 정부의 정치적 의지가 강하게 개입됐다는 게 최저임금위 관계자들 얘기다.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목표로 삼고 연평균 15.7%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11차 전원회의에선 사용자 측도 여기에 가까운 12.8% 인상안(시급 7300원)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마저도 표결에선 무시됐다. 정부 측 공익위원이 주도하는 최저임금위는 노동계가 최종 요구한 시급 7530원(16.4% 인상)을 과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년에 직접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463만여 명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내년 기업의 추가 부담액은 15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기·소상공인 측 사용자위원 네 명은 최저임금위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