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이달 송도국제도시 6·8공구에서 선보이는 힐스테이트 송도 더 테라스. 2784실 모두 전용면적 84㎡로 구성된 주거형 오피스텔이다. 현대건설  제공
현대건설이 이달 송도국제도시 6·8공구에서 선보이는 힐스테이트 송도 더 테라스. 2784실 모두 전용면적 84㎡로 구성된 주거형 오피스텔이다. 현대건설 제공
삶의 질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입지 가치가 변하고 있다. 직주 근접 효과를 주는 ‘역세권’이 주택 구매를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지만 여기에 공원까지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공세권’이 주목받으면서 지하철역과 공원을 모두 아우르는 아파트 단지가 강세다.

○“역세권만으론 메리트 부족”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84㎡의 분양권은 이달 8억7700만원에 거래돼 분양가 대비 8000여만원 올랐다. 비슷한 시기 인근에서 분양한 ‘래미안명일역솔베뉴’ 전용 84㎡ 역시 프리미엄이 9000만원대다. 올초 집들이를 한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의 같은 면적 시세엔 1억6000여만원의 웃돈이 붙었다.

이들 단지는 지하철역 바로 앞인 데다 일대에 강동그린웨이 등 대형 공원이 많아 실수요자가 관심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지 K공인 관계자는 “투자자는 교통 호재 등 개발 가능성을 중요시하지만 실수요자는 도심에서 멀더라도 주변 녹지 같은 주거 환경까지 고려해서 집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Real Estate] 지하철·공원 걸어서 이용 가능한 단지 잡아라…'역세권+공세권' 아파트 흥행불패
지하철망이 촘촘한 서울 도심에선 공세권을 겸한 단지와 그렇지 않은 단지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공덕더샵’ 전용 84㎡의 분양권 프리미엄은 1억9000만원으로 인근 ‘용산푸르지오써밋’ 전용 118㎡의 네 배에 달한다. 두 곳의 교통 여건은 비슷하지만 용산푸르지오써밋 주변엔 녹지가 부족한 반면 공덕더샵은 효창공원이 가깝다.

청약 시장에선 역세권과 공세권을 함께 갖춘 단지의 흥행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청약을 받은 ‘고덕센트럴아이파크’는 평균 경쟁률 23.58 대 1로 1순위 마감했다. 약 64만㎡ 규모의 명일공원 옆에 들어서는 단지다. 전용 59㎡A는 최고 경쟁률 96.87 대 1을 기록해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신촌숲 아이파크’도 3개의 지하철 노선이 지나는 트리플 역세권인 데다 단지 옆에 조성된 경의선 숲길의 가치가 주목받으면서 8000만~9000만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수도권에선 구리 ‘e편한세상구리수택’과 고양 ‘지축역센트럴푸르지오’가 각각 10 대 1과 16 대 1의 경쟁률로 인기리에 청약을 마쳤다.

○‘그린 프리미엄’ 강조한 분양 속속

주택산업연구원이 조사해 발표한 ‘2025년 미래주택시장 트렌드’에 따르면 실수요자들이 주택을 구매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조건은 쾌적한 주거 환경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의 35%가 1순위로 꼽았다. 교통(24%)과 교육환경(11%)보다 높은 비율이다. 하반기 예고된 정부의 추가 규제를 통해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 공세권 선호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건설업계는 이 같은 수요를 염두에 두고 주거 환경을 강조한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내놓고 있다. 삼성물산이 강남 개포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해 선보이는 ‘래미안강남포레스트’와 대림산업이 서울숲 앞에 짓는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단지명에 숲을 뜻하는 단어 ‘포레스트’를 넣었다. GS건설이 가재울뉴타운에 공급하는 ‘DMC에코자이’와 포스코건설이 송도국제도시에서 분양할 예정인 ‘송도더샵센트럴파크3차’ 역시 공원과 가까운 아파트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현대건설은 송도 6·8공구에서 2700여 실 규모의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송도 더 테라스’를 선보인다. 여의도공원보다 큰 약 26만㎡ 규모의 달빛축제공원이 단지 남쪽에 있다. 입주가 시작되는 2020년 인천지하철 1호선 랜드마크시티역이 200m 거리에 들어선다.

현대건설 분양 관계자는 “단지 입지와 구성에선 ‘아파텔’에 가깝다”며 “송도에 중소형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해 모든 가구를 전용 84㎡로 설계하는 등 실수요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