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14일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의 3개월 중단을 결정했다. 국가 에너지수급계획에 따라 9년간 추진된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2개월 만에 중단됐다.

한수원은 이날 오전 8시30분 경주 스위트호텔에서 이사회를 열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기간(3개월)에 공사를 일시 중단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 13일 오후 3시 경주 본사에서 열려던 이사회가 지역 주민과 관련 기업, 한수원 노동조합 등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자 비밀리에 장소를 옮기고 시간을 바꿔 기습적으로 처리한 것이다.

상임이사 6명과 비상임이사 7명 등 이사 13명 중 비상임이사 상당수는 사실상 ‘날치기’ 의결에 대해 이사회 직전까지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 결정의 신뢰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관섭 한수원 사장 등 상임이사 대부분은 “정부가 공론화를 적기에 수행하기 위해선 빠른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다”며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등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