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성공 DNA 심는다" 정용진 이번엔 '편의점 승부'
"이마트 성공 DNA 심는다" 정용진 이번엔 '편의점 승부'
‘이마트가 운영하는 편의점.’ 서울 서대문구의 한 위드미 편의점 유리창에 붙어 있는 문구다. ‘듣보잡 편의점’이 아니란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점주가 스스로 붙인 것이다. 위드미 매장에는 이런 식으로 이마트나 신세계 계열임을 알리는 문구가 유독 많다. 본사가 점주들을 말려도 허사였다. 점주들은 “이마트나 신세계가 붙어 있어야 매출이 더 오른다”며 고집을 부렸다.

위드미는 검토 끝에 간판을 아예 ‘이마트24’(emart24)로 바꿔 달기로 했다. 간판뿐만이 아니다. 매장 안에서 편하게 도시락을 먹고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매장 인테리어도 확 바꾼다. ‘유통은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소비자 시간을 점유하는 게 핵심’이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사진)의 철학을 편의점에도 담았다. 직영으로 운영하면서 검증된 점포를 사업자에게 분양하는 새로운 시도도 한다.

편의점사업 3년 “본궤도 진입할 것”

김성영 이마트위드미 대표는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편의점 브랜드를 위드미에서 이마트24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위드미보다 인지도가 높고 신뢰도가 큰 이마트 브랜드를 써서 편의점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다. 정 부회장이 지난 5월 말 “(편의점과 관련해) 깜짝 놀랄 만한 발표를 하겠다”고 말한 뒤 한 달여 만이다. 브랜드 변경에는 “이마트의 성공 DNA를 편의점에 이식하라”는 정 부회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 편의점 사업에 뛰어든 지 3년이 지났으니 조만간 본궤도에 올려 놓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마트 성공 DNA 심는다" 정용진 이번엔 '편의점 승부'
이마트의 노하우가 편의점에 적용된다. 모든 점포에 이마트 자체상표(PB) 노브랜드와 피코크 상품을 넣는다. 이들 PB는 원래 대형마트에서 판매할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앞으론 편의점용 상품도 개발한다. 이마트가 추구하는 ‘상생’도 접목한다. 점주들과 협의된 곳에선 편의점 내 여유공간에 김밥집, 떡볶이집 등 동네 상점을 들일 예정이다.

인테리어는 ‘편의점답지 않게’ 고급화할 예정이다. 라면, 도시락, 커피 등 식음료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두는 게 핵심이다. 김 대표는 “매장 한쪽에서 쭈그리고 앉아 라면 먹고, 삼각김밥 먹는 모습은 이마트24에선 볼 수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점주 자녀에게 학자금 지원

편의점주 정책에도 변화를 준다. ‘오픈 검증 제도’를 시험적으로 도입한다. 본사에서 직영으로 일정 기간(6개월에서 1년) 운영해 본 뒤 검증된 매장을 사업자들에게 분양하는 형태다. 본사 운영기간 동안 매출, 방문객 수 등의 데이터는 모두 공개한다. 편의점 창업자들의 가장 큰 우려가 ‘투자한 돈을 날릴 수도 있다’는 것인 만큼, 이 부분을 상쇄하기 위한 조치다.

성과 공유 프로그램도 도입된다. 상품 주문 금액의 1%를 점주들에게 돌려주는 ‘1% 페이백 제도’를 신설키로 했다. 점주들이 물건을 많이 팔아 주문을 많이 할수록 보상이 커진다.

점주 자녀들에 대한 학자금 지원도 한다. 점주에게도 신세계그룹 내 정규직 사원의 복지 혜택을 일부 부여한 것이다. 1차 계약 시 유치원, 2차 연장 시 고등학교, 3차 연장을 하면 대학 학비를 제공키로 했다. 편의점 계약기간은 통상 5년으로, 5년이 지나면 연장을 하거나 다른 편의점 브랜드로 바꿀 수 있다.

기존 ‘3무(無) 정책’(24시간 강제 영업, 로열티, 중도 위약금이 없는 정책)은 유지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3년간 3000억원을 점포 인프라 개선 등에 투입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작년 말 기준 1765개인 점포 수를 연내 2700개로 늘리고, 매출도 작년 3783억원에서 올해 7000억원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