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현장. 한국수력원자력은 13일 이사회를 열어 3개월간의 공론화 기간 중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공식 의결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현장. 한국수력원자력은 13일 이사회를 열어 3개월간의 공론화 기간 중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공식 의결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은 13일 이사회를 열고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를 3개월간 일시 중단하는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탈(脫)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작년 6월 착공한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시민배심원단 손에 최종 중단 여부에 대한 결정을 맡기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한수원과 시공업체가 맺은 사적(私的) 계약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잠정 중단하기로 한 것부터 법치행정을 크게 훼손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수원 이사들의 법적 책임 여부와 함께 최종 중단 결정을 시민배심원단에 맡기기로 한 것에 대한 논란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종 중단 땐 피해액이 12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손해배상 범위를 놓고도 말이 많다. 신고리 5·6호기 중단을 둘러싼 4가지 쟁점을 정리한다.

(1) 정부의 중단 요청 위법 논란 "공무원 직권남용죄 소지 있어"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은 행정지도 위장한 강제 명령"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0일 한수원에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을 요청한 것에 대해 “국무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에너지법 4조에는 에너지공급자인 한수원이 국가 에너지시책에 적극 협력할 포괄적인 의무가 규정돼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한수원은 산업부 요청에 대해 “법률상 행정지도로서 이에 따라야 할 법적 의무는 없으나 권고적 효력은 있다”고 해석했다. 이를 근거로 공사 일시 중단 안건을 의결하겠다는 것이다.

법조계는 이에 대해 “행정지도의 탈을 쓴 강제 명령”이라고 지적했다.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사 중단을 명령할 근거가 없으니 행정지도라는 꼼수를 쓴 것”이라며 “전형적인 독직(瀆職)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독직죄는 옛 형법에서 쓰던 용어로 현행 형법에서는 공무원의 직권남용죄다.

(2) 손해배상은 어디까지 "최종 중단 땐 피해액 12조6000억"

한수원은 신고리 5·6호기 공사 3개월 중단에만 1000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 재개 때까지 자재 보관 비용, 인력 유지 비용 등이다. 한수원은 “공사 일시 중단에 따른 협력사 손실 비용은 상호 협의를 통해 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최종 중단 때다. 한수원이 총사업비 8조6253억원 중 이미 집행한 1조5693억원은 날리게 된다. 두산중공업, 삼성물산, 한화건설 등 시공업체에 손해배상으로 9912억원을 물어줘야 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공사가 최종 중단되면 울산시와 울주군, 기장군이 2029년까지 받기로 한 7777억원의 지원금도 백지화된다. 지역 주민들은 한수원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원전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지을 경우 추가 비용은 9조252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이 오를 경우 집단손해배상 청구 가능성도 있다. 이를 더한 총피해액은 12조6000억원에 달한다.

(3) 한수원 이사 법적 책임은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가능성"

한수원 이사진과 한수원의 1인 주주인 한국전력의 법적 책임도 쟁점이다. 정부가 권고적 성격의 ‘행정지도’로 발을 뺐기 때문에 공사 중단 시 법적 책임은 고스란히 한수원 이사진에 돌아간다. 한수원 노조는 중단 의결 시 이사회를 배임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수원은 공사 중단 결정을 하더라도 이사들이 이익을 얻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형사상 배임죄에는 해당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불똥이 한국전력으로 튈 수도 있다. 한전의 100% 자회사인 한수원이 손실을 보면 한전 지분법평가손으로 잡힌다. 따라서 한전 주주는 한전을 상대로 배임 관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한전 지분 31%가량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소송에 나설 개연성이 높다.

(4) 최종 중단, 시민배심원 손에? "전력수급 문제 땐 누가 책임지나"

정부가 공사 최종 중단 결정을 3개월 뒤 시민배심원이 하도록 한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탈원전으로 인해 나중에 전력수급이나 전력요금 등에 문제가 생겼을 때 아무 책임도 지지 않을 일반 시민에게 결정을 맡기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30년 가까이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11년 탈원전을 선언했다. 정승윤 교수는 “원전은 법치행정에 따라 도입되고 발전했다”며 “원전을 중단하는 것도 국회 논의와 법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안대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