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플라자(옛 애경백화점) 수원점은 이 지역에 있는 백화점 가운데 매출 1위다. 지난해 매출 5500억원을 올렸다. 롯데·갤러리아·NC백화점 등을 모두 앞섰다. 핵심 상권(수원역)을 선점하고, 핵심 고객층(20~30대)이 좋아할 만한 브랜드를 집중 배치한 전략이 통했다.
선점하고 차별화…그리고 '애경덕후'들의 천국
AK플라자는 수원을 포함해 전국에 매장이 5개밖에 없지만 선점과 특화전략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 침체에도 불구하고 AK플라자는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 2.7%를 기록하며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통 요충지 골라 선점

‘선점’은 AK플라자의 전략을 설명하는 키워드다. 2012년 원주에 강원도 내 첫 백화점을 열었다. 혁신도시, 기업도시로 지정돼 공공기관과 기업이 줄줄이 들어설 때였다. ‘강원도에선 백화점이 안 된다’는 편견을 깼다. 원주의 발전 가능성만 봤다. 남들이 주저할 때 과감히 투자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했다. 검증된 상권에서 다른 백화점과 경쟁하는 대신 시장 개척을 택했다. 2003년 수원점, 2009년 평택점을 낼 때도 비슷했다. 이런 전략 덕에 ‘교통 요충지’를 선점할 수 있었다.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가 줄어든다는 게 유통업계의 통설이다. 원주점은 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지었다. 수원점, 평택점은 철도역사 안에 들어가 있다. 분당점도 지하철역과 바로 연결된다.

선점 효과는 컸다. 분당점은 AK플라자가 영업을 시작한 뒤 인근에 롯데·신세계·현대 등 ‘유통 빅3’가 훨씬 큰 규모로 매장을 냈지만 타격을 받지 않았다.

◆5개 점포 콘셉트 다 달라

선점한 뒤엔 철저히 ‘지역화’했다. AK플라자는 5개 점포가 각각 따로 움직였다. 해당 지역에 맞춤형으로 대응했다. 전국 어느 매장을 가도 비슷한 느낌이 드는 다른 백화점과는 다르다.

수원점은 20~30대 브랜드 위주로 매장을 구성했다. 통학과 출퇴근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는 점에 집중했다. 480여 개 매장을 20~30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로 채웠다. 영캐주얼, 스포츠, SPA(제조·직매형 의류), 화장품 등이다. 20~30대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300개 정도만 입점시킨 다른 매장보다 훨씬 많다. 이런 매장 구성 때문에 수원점의 20~30대 매출 비중은 53%에 이른다. 통상 30% 안팎인 다른 백화보다 훨씬 높다.

구로점은 중장년층 위주의 실속형 백화점으로 자리잡았다. 주변 지역에 40~50대가 많고 가구당 소득이 서울 평균을 밑도는 것을 감안했다. 백화점의 핵심 위치인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행사장’을 크게 마련한 것도 이들을 겨냥한 것이다. 농수산 특화 매장도 별도로 꾸렸다. 2014년부터 ‘구로장터’란 이름으로 매주 농수산물 기획전도 연다.

◆단골에 철저히 집중

선점하고 차별화…그리고 '애경덕후'들의 천국
‘단골’ 확보도 상대적으로 네임밸류가 낮은 AK플라자가 꾸준히 성장하는 비결이다. AK플라자 분당점은 VIP 1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설문조사했다. “왜 AK플라자에 오느냐”고 물었더니 “식품관 때문”이란 답이 가장 많았다. 분당점은 이 결과가 나오자 식품관을 뜯어고쳤다. 채동석 애경그룹 부회장(사진)이 작업을 주도했다. “인근 판교 현대백화점에 뒤처지면 안 된다”며 “모든 노하우를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4월 ‘분당의 부엌’이란 이름으로 식품관이 다시 문을 열었다. 기존 식품관보다 고급스럽게 조성했다. 간편가정식(HMR) 전문 매장을 들여 놓고, 농수산물 코너를 키웠다.

수원점은 함께 있는 복합쇼핑몰 AK&를 통해 특정 분야 마니아 확보에 나섰다. 이달 초 건담 전문점 ‘건담 베이스’를 연 게 대표적이다. 장난감 편집숍 ‘타미야’에서 건담 한정판이 많이 팔리자 AK플라자는 아예 건담 매장을 들여놨다. 농구화 전문점, 키덜트 브랜드 하비클럽 등도 입점시켰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