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오이일'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선글라스를 살펴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오이일'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선글라스를 살펴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지난 22일 아이돌그룹 NCT 팬들은 이마트로 향했다. 이마트가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출시한 NCT 선풍기를 사기 위해서였다. 선풍기 가운데는 NCT 로고가 그려져 있고, 상단에 토끼 귀 모양 장식이 달렸다. 포장 상자는 NCT 의상 콘셉트로 디자인했다. 이 제품은 24일까지 사흘 동안 이마트 매장에서 2000여 개 팔려나갔다. 25일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레드벨벳 젤리음료 사진을 올렸다. SM 소속 걸그룹인 레드벨벳이 상품 개발에 참여했다.

유통업체들이 SM과 협업한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팬덤(특정 인물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겨냥한 제품이다.

◆엑소 좋아하는 고기반찬 도시락

엑소 한식 도시락
엑소 한식 도시락
이마트가 SM과 함께 22일 내놓은 상품만 49가지다. 단순히 가수가 제품 모델로 활동하는 방식이 아니라 SM 소속 가수들이 제품 기획에 참여했다. 개발 단계부터 아이돌 각 멤버의 특징과 취향을 반영했다. 여섯 가지 도시락은 슈퍼주니어, 샤이니, EXO(엑소), 레드벨벳 등 그룹 멤버들이 좋아하는 메뉴로 구성했다. ‘엑소 한식 도시락’에는 멤버들이 좋아하는 소갈비, 닭강정, 제육볶음이 들어있다. 엑소 멤버들이 비프라이스를 좋아한다고 하자 이마트는 비프라이스를 활용한 멕시코 음식인 ‘엑소 부리또 도시락’도 내놨다. 이마트 관계자는 “엑소가 좋아하는 음식을 나도 같이 먹는다는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엑소 한식 도시락은 출시 후 사흘간 800개 이상 팔렸다.

포장 디자인에도 아이돌 그룹을 상징하는 로고와 패턴, 안무를 반영했다. 샤이니 협업 상품 ‘샤이니 원더믹스볼 토마토라따뚜이’와 ‘샤이니 원더믹스볼 매콤치킨커리’는 샤이니의 응원봉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응원봉 모양 용기에 담았다. 엑소 도시락도 엑소 심벌 마크인 육각형 헥사곤 모양으로 용기를 제작했다. 이마트는 SM 협업 상품을 편의점 위드미와 SM 굿즈 매장인 썸마켓 등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2030도 빠진 팬덤문화

롯데백화점은 SM과 협업해 선글라스 브랜드 오이일을 내놨다. 오이일은 팬덤 소비층을 공략하기 위해 동방신기, 샤이니, 엑소 등 SM 소속 아이돌 그룹을 대표하는 컬러 및 패턴 등을 디자인에 반영한 선글라스 라인을 출시했다. 제품 가격은 11만8000원으로 다른 브랜드보다 저렴하다. 이 브랜드의 주요 타깃은 20대 소비자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20대 소비자 성향에 따라 가격을 책정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SM 소속 가수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남유진 롯데백화점 상품기획자는 “20~30대 팬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고, 구매력도 10대보다 높다”며 “오프라인 매장 방문이 줄고 있는 젊은 소비층을 끌어오기 위해 SM 협업 제품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이 이처럼 팬덤 마케팅에 나서는 것은 과거 10대에 머물던 팬덤문화가 20~30대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16일 끝난 아이돌 오디션 TV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즌2’ 주요 시청자도 10대보다 20~30대가 많았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