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상품 단순 모방 '미투 상품'에 배상책임 없어"
‘미투 상품’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는 손해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미투 상품은 시중에 판매되는 상품을 단순히 모방하거나 일부 공개 정보를 이용해 비슷한 형태로 만든 제품을 말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63부(부장판사 이규홍)는 통증 치료법 연구자 A씨와 의료기기 생산업체 B사가 자신들이 개발한 제품과 비슷한 상품을 출시한 C사를 상대로 “제품을 폐기하고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해도 특허를 주장에서 배제한 이상 치료법 그 자체에 독점적 지위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B사 또한 계약에 따라 권리·의무를 부담했을 뿐 치료법에 상당한 투자나 노력을 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특허로 보호되지 않는 부분은 사회구성원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A씨와 B사는 “C사가 미투 상품을 이용해 부정경쟁방지법과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며 특허 관련 부분은 제외한 소송을 냈지만 재판부는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C사가 시장에서 판매되는 B사의 의료기기를 일부 참조한 것은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단순히 타인의 성과물을 이용·모방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인정되는 건 아니다”고 했다. C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품 심사를 신청하며 A씨의 연구자료 등을 제출한 것과 관련해선 “행정 절차를 위해 공개된 학술논문을 이용한 것은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오성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특허로 문제를 제기해도 상대방이 특허 무효심판 등을 할 것으로 판단해 저작권법 위반 등을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투 상품과 관련한 소송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기업들은 이를 사전에 예방하고 사후적으로 대처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