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는 김세중 차장(42)은 26일 출근길에 자신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변동이 있다는 메시지를 스마트폰으로 받았다. 은행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열어 보니 그의 자산을 운용하는 로보어드바이저가 펀드를 갈아탄 것을 확인했다.
40대 김 차장도 일상이 된 '30초 앱송금'
지난 주말 후배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려 회사 도착 직전 축의금을 보냈다. 계좌번호는 모르지만 간편 송금 앱으로 전화번호를 이용해 30초 만에 돈을 보냈다.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 길 커피숍에선 줄을 서지 않고 커피를 받아 나왔다. 스마트폰으로 미리 주문하고 결제까지 했기 때문이다. 퇴근 후엔 새 차를 구입하기 위해 인터넷 전문은행 K뱅크와 P2P(개인 간)대출 금리를 비교한 뒤 K뱅크에 대출 신청을 했다. 스마트폰으로 본인 확인 등의 절차를 마치자 3분 만에 문자메시지가 왔다. ‘6/26 20:15 고객님의 대출 3000만원이 실행되었습니다.’

핀테크(금융기술) 시대가 열리면서 ‘얼리어답터’ 금융소비자들의 삶이 크게 달라졌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금융이 대세가 되면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편리해졌다.

금융 거래를 위해 은행 창구에 갈 필요가 없어졌다. 스마트폰과 신분증만 있으면 된다. 신분증 사진을 찍어 보내거나 영상통화를 하면 즉석에서 통장을 개설할 수 있다. 특히 인터넷 전문은행에선 24시간 계좌를 만들 수 있다.

대출도 편리해졌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재직증명서 등 서류를 받아 은행 창구에 앉아야만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급할 때 쓸 수 있는 것은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나 대부업 대출 밖에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서류를 내지 않더라도 10분 안에 대출이 나온다. 은행이 즉석에서 건강보험공단 등의 정보를 수집해 소득과 재직 여부를 파악하기 때문이다.

사회초년생 등 신용등급이 비교적 낮은 금융소비자들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 예전엔 저축은행, 캐피털 혹은 현금서비스 등 연 20%에 가까운 이자를 내야 했지만 P2P대출 또는 중금리 모바일 대출 등을 이용하면 연 10% 안팎의 이자율로 대출받을 수 있다.

인터넷, 오프라인 결제도 무척 편리해졌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신용카드를 들고다녀야 했고, 인터넷 쇼핑몰에선 각종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카드번호를 일일이 입력해야 했다. 최근엔 모든 게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왔다. 삼성페이로 신용·교통카드를 대체할 수 있으며, 네이버·카카오페이를 이용하면 여섯 자리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10초 만에 온라인 결제가 이뤄진다.

자산관리 분야도 진화했다.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이던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우리·신한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해 포트폴리오를 추천해주고 즉석에서 펀드 투자도 할 수 있게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