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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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 6월26일 오전 9시34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예고하면서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거나 그룹 지주사와 합병으로 규제 사정권에서 벗어나려는 기업이 늘어날 전망이다. 한화S&C처럼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규제를 피하는 시도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선 롯데 CJ 한국타이어 현대산업개발 넥센 삼표그룹 등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촘촘해지는 일감몰아주기 규제…기업 대응은 'IPO·분할·합병'
◆규제 회피용 ‘IPO 대어’ 나오나

26일 공정위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총수 일가 보유 지분이 20%(상장사는 30%)를 웃도는 회사다. 이들 기업 가운데 내부거래가 규모 200억원 이상이거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 이상일 경우 규제를 받는다. 총수들은 이런 기업 지분을 20%(상장사는 30%) 미만으로 줄여 규제를 피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를 받는 비상장사가 IPO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총수 보유 지분을 줄이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인 대책으로 거론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CJ그룹 계열사 CJ올리브네트웍스의 IPO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이재현 CJ그룹 회장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과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지분 44.07%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이 회사 내부거래 규모는 2746억원에 이른다. 이 과장 등은 IPO 과정에서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팔아 승계자금을 마련하는 동시에 규제망도 피할 수 있다. 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지분 24.77%를 보유한 롯데정보통신도 IPO 후보로 꼽힌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사업부를 물적 분할한 뒤 100% 자회사로 신설해 규제를 피하는 방법도 있다. 총수가 신설회사 지분을 직접 보유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총수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기업만 적용받는다.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를 비롯한 한화그룹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S&C는 이 방식을 동원했다. 한화S&C는 지난 21일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정보기술(IT) 서비스 사업을 물적 분할해 100% 자회사인 한화S&C IT서비스사업부(가칭)를 신설키로 했다.

◆지주사와 합병 ‘일거양득’

규제 대상 회사를 그룹 지주사에 흡수합병하는 방식도 힘을 얻고 있다. 지주사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아서다. 총수 2·3세가 합병 과정에서 지주사 지분을 늘리면서 경영권 승계를 다지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과 장남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이 지분 50%를 보유한 물류업체 넥센L&C는 지주사인 넥센과의 합병이 예상된다. 넥센L&C는 지난해 내부거래 규모가 1001억원에 달하는 규제 대상 기업이다.

한국타이어 총수 일가가 지분 60%를 가진 시스템통합(SI) 회사 엠프론티어, 지분 49.9%를 보유한 금형 회사 엠케이테크놀로지도 한국타이어 지주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합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의 장남 정대현 부사장이 최대주주(지분율 77.9%)인 삼표기초소재도 삼표에 흡수합병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표기초소재는 지난해 매출의 절반가량인 1274억원을 내부거래로 올리고 있다. 정 부사장의 삼표 보유 지분은 14.08%에 불과하다. 삼표기초소재를 흡수합병할 경우 그의 지분이 대폭 늘어나 승계 작업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정몽규 회장이 지분 29.9%를 보유한 아이콘트롤스가 규제 대상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지주사로 전환하고 이 과정에서 지주사가 아이콘트롤스를 합병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정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현대산업개발 지분은 18.56%에 머물고 있다. 지주사 전환과 아이콘트롤스 합병을 거치면 지배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