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주택 매수심리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아파트 값이 급등하고 있는 세종시 아파트 건설 현장. 한경DB
대선 이후 주택 매수심리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아파트 값이 급등하고 있는 세종시 아파트 건설 현장. 한경DB
정부의 ‘6·19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서울과 세종의 주택 매수 심리가 꺾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이 전국 중개업소 300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주택 매수우위지수가 대책 발표 이후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에선 정부 규제가 집중된 강남보다 강북권에 대한 매수 심리가 더 강한 게 특징이다.

◆대책에도 끄떡없는 서울 매수 심리

'부동산 해열제' 잘못된 처방전?…서울·세종 식지 않는 매수심리
26일 KB국민은행의 ‘주간 주택시장동향’(19~20일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 매수우위지수는 116.9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중개업소 3000여 곳을 대상으로 매주 월·화 이틀간 매수 의향자가 많은지, 매도 의향자가 많은지를 물어 집계하는 지수다. 지수는 0~200 사이로 표시하며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세가 매도세보다 강하다는 뜻이다.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지난달 9일 대선을 전후로 급등해 5월22일(107.7) 올 들어 처음으로 100을 넘어섰다. 6·19 대책 발표 2주 전인 이달 5일엔 강북(147.4)과 강남(121.6)이 모두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대책이 예고되면서 소폭 수치가 하락했지만 여전히 100을 웃돌고 있다. 강남보단 강북 지역에서 매수세가 매도세를 압도하고 있다. 강북 지역 매수우위지수는 120.8로, 강남 지역(112.4)을 웃돌고 있다.

작년 ‘11·3 대책’ 때만 해도 매수우위지수는 대책 발표 전부터 100 이하로 떨어졌다. 작년 10월10일 126.2에 달하던 지수는 10월31일(94.9) 100 이하로 하락한 데 이어 11월7일 87.8을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상했던 것보다 대책 강도가 낮게 나와 매수심리가 크게 꺾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행정수도 완성에 고무된 세종시

세종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매수우위지수를 나타냈다. 지난달 8일 38.1 수준이던 지수는 대선 이후 급등하며 이달 19일 기준 135를 기록했다. 한 달 새 지수가 100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국민의 뜻을 물어 행정수도 개헌을 추진하고, 세종시를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완성하겠다고 밝힌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입주물량 증가로 전세가격이 급락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매매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그러나 다른 광역시·도는 전남을 제외하고 모두 100을 밑돌고 있다. 특히 산업경기 침체, 입주물량 증가 등으로 집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충북(11.2) 충남(19) 경북(14) 경남(21) 부산(36) 대구(57.5) 광주(62.2) 대전(24.6) 울산(40.8) 등의 매수심리 위축이 두드러졌다.

◆학습효과 뚜렷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서울에서 매수심리가 꺾어지 않는 이유로 노무현 정부 시절의 ‘학습효과’를 꼽고 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노무현 정부 당시 아파트값은 규제가 나왔을 때 일시적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하면서 저점을 높여갔다”며 “이런 현상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하는 집주인들이 급매물로 내놓으면 나중에 후회할 게 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6·19 대책의 집값 상승 억제 효과가 단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름 비수기 때 주춤하다가 가을 성수기에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서울 집값이 오르는 근본적인 이유는 양질의 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가수요를 걷어내 어느 정도 과열된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론 오히려 투자자의 구매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택지 공급까지 3년 이상 걸리는 만큼 공급대책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