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양평점 "코스트코보다 1원이라도 싸게"
서울 영등포에 있는 롯데마트 양평점이 인근에 있는 코스트코와 최저가 경쟁을 선언했다. 라면 스팸 수박 체리 등 30여 개 인기 상품 가격을 확 낮춰 코스트코보다 싸게 내놨다. 지난해 이마트와 쿠팡이 벌인 최저가 경쟁이 오프라인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 양평점 "코스트코보다 1원이라도 싸게"
◆수박 등 30여 개 품목에 최저가

롯데마트는 코스트코에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상품 위주로 최저가 적용 상품을 선별했다.

수박이 대표적이다. 롯데마트 조사결과, 코스트코 양평점은 7~8㎏짜리 수박을 9790원에 내놨다. 롯데마트는 일반 점포에서 9~10㎏짜리를 1만6900원에 판매한다. 양평점은 9900원으로 가격을 낮췄다. 서울 가락시장 도매가격(1만5961원)과 비교해도 38%나 낮다. 코스트코에서 개당 570원에 팔리는 신라면은 565원으로 낮췄다. 체리, 스팸, 커피믹스 등도 코스트코에 비해 낮게 책정했다.

롯데마트는 신선식품의 경우 최소 3주간 최저가를 적용하기로 했다. 복숭아, 자두 등도 농가 출하 날짜에 맞춰 최저가 방침을 이어가기로 했다. 라면, 스팸 등 가공식품은 3~6개월간 최저가를 적용한다.

◆코스트코 고객 유입 노려

롯데마트는 코스트코와 가격 경쟁을 할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 매장 구성이 아예 달랐기 때문이었다.

양평점은 1층에서 상품을 팔지 않는다. 대신 ‘도심속 숲’ 이란 콘셉트로 누구나 와서 쉴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 100여 개를 들여놨다. 고기를 사서 매장에서 바로 구워먹고, 생선은 해체하는 작업을 보여주고, 대형마트에 없는 맛집과 카페를 입점시켰다. 쇼핑에 ‘힐링’이란 개념을 도입했다.

코스트코는 정반대 콘셉트다. 인테리어에 돈을 들이지 않는 창고형이다. 상품은 대량 포장된 것만 있다. 그나마도 품목을 2000~3000여 개로 한정했다. 연회비를 낸 회원들만 살 수 있게 했다. 대신 가격을 확 떨어뜨려 온라인 쇼핑몰보다도 싸게 팔았다.

이런 사정에도 롯데마트가 최저가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고객 불만이다. 양평점 방문 고객을 상대로 지난 석 달간 조사한 결과 “매장은 쾌적하고 좋은데 코스트코에 비해 값이 비싸다”는 불만이 가장 많았다. 류경우 롯데마트 수도권영업3부문장은 “두 달간 검토 끝에 경쟁할 만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저가 경쟁 확산

‘최저가 전쟁’은 과거에도 있었다. 주로 대형마트 간 경쟁이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은 자신들이 단 1원이라도 저렴하면 ‘최저가’라고 선전했다. 현수막을 내걸고 최저가 품목과 가격을 적어 놓을 정도로 경쟁이 심했다. 2000년대 얘기다.

쿠팡 등 소셜 커머스가 급성장하면서 전선은 대형마트와 소셜 커머스 사이에 형성됐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가격 검색이 가능해진 영향이었다. 이마트는 작년 2월 기저귀를 시작으로 분유, 여성용품, 커피믹스 등을 매주 최저가로 판매했다. 이마트로 젊은 고객층을 불러들이기 위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쿠팡 등 소셜 커머스 업체가 타깃이었다. ‘가격의 끝’ 이란 이름으로 47개 품목, 80여 개 상품으로 확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 등 업태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 최저가 경쟁”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