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금과 과징금, 벌금 등을 잘못 부과했다가 기업과 개인이 제기한 소송에 져서 되돌려줘야 할 돈이 최소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4년 새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무리한 행정이 정부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재정 운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단독] 정부 '패소 예상 충당금'만 2조…무리한 법집행에 재정 '주름살'
정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2016 회계연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피고로 소송을 당한 사건 중 패소 가능성이 높다고 자체 판단해 충당금으로 쌓아 놓은 금액(소송충당부채)은 2조631억원이다. 4년 전(1조480억원)의 1.97배다. 여기에 각 부처의 소송 패소율을 고려하고 최종 패소할 경우 정부가 추가로 물게 될 상대방의 소송비용과 이미 납부한 세금·과징금의 이자비용을 더하면 정부가 최종적으로 토해낼 금액은 3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소송충당부채는 회계연도 결산일(12월31일)부터 1년 내 패소 가능성이 매우 높은 소송의 소송가액을 합산한 것이다. 정부가 1·2심에서 패소해 최종심에서 이길 가능성이 매우 낮거나, 1심이 진행 중이어도 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소송들이다. 부처별로는 국세청이 1조5332억원으로 가장 많다. 전체의 74.3%다. 법무부(2335억원), 금융위원회(1376억원), 관세청(774억원), 공정거래위원회(532억원)가 뒤를 이었다.

패소 예상 비용 급증은 무리한 법 집행 때문이다. 특히 국세청과 관세청이 세금을 잘못 징수하거나 공정위가 과징금을 과도하게 부과한 탓이 컸다. 예를 들어 국세청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하이트진로그룹 회장 자녀들과의 300억원대 증여세 분쟁에서 졌다.

공정위도 지난해 라면 제조사 가격담합 소송에서 패해 농심에 과징금 1080억원을 돌려주고, 환급에 따른 가산금 109억원도 추가로 내줬다. 검찰의 부당한 기소와 법원의 잘못된 판단도 정부 패소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올 1월 ‘삼례 나라슈퍼 3인조 사건’으로 17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피해자들은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가 피고인 소송은 작년 말 기준으로 4742건(소송가액 7조5458억원)에 달했다. 법무부가 1546건으로 가장 많다. 기획재정부(550건), 금융위(456건), 국토교통부(352건) 순이다. 법무부는 국민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때 부처를 대신해 소송을 맡는 경우가 많다. 기재부는 세무사법 위반에 따른 징계 불복, 금융위는 금융업체의 행정처분 불복 등으로 소송에 휘말렸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