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부터 7월2일까지 3박5일간의 미국 방문기간 중 워싱턴DC에서 국내 7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전격 회동한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개별 대기업 대표들과 만나는 첫 자리다. 29~30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국내 기업들과 사전 미팅을 통해 대미 투자 동향 등을 청취하는 한편 한·미 간 무역 증진 등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허창수 GS 회장,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허창수 GS 회장,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총수들과 사실상 첫 상견례

25일 청와대와 재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대한상공회의소와 미국상공회의소가 미 워싱턴에서 공동 주최하는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에 앞서 미국 재계 관계자, 국내 7개 대기업 총수 및 CEO들과 티타임을 가질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47일이 지난 지금까지 대기업 총수들과 별도로 회동하지 않았다. 지난 21일 일자리위원회 위원 위촉식에서 재계 대표 위원인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만났을 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 후 각각 8일과 6일 만에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을 찾아 재계 총수들과 만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정경유착이 사라질 것” “재벌개혁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대기업과 거리를 뒀다. 때문에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워싱턴에서 이뤄지는 문 대통령과 재계의 첫 회동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 대통령과의 티타임에 참석하는 재계 인사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허창수 GS 회장,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7명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정상회담 동행 경제인단에 참여한 52개 기업 중 재계 서열 순위에 따라 7개 기업 대표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인단에 포함된 대기업 총수 중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경제인단 재계 서열 8위), 손경식 CJ 회장(9위), 구자열 LS 회장(10위) 세 명은 빠졌다. 대한상의가 미국 측 참석자 인원 등을 고려해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와 별도로 방미 경제인단 전체와 오찬 또는 만찬 회동을 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기업인들에게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일자리 창출, 투자활성화 등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이번 회동을 계기로 정부와 경제계의 소통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기업들 미 투자계획 쏟아낼까

국내 대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앞둔 문 대통령을 위해 ‘투자꾸러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기업들이 ‘통 큰 투자’를 약속함으로써 트럼프 정부의 거세진 통상 압박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이미 테네시주에 2억5000만달러 규모 세탁기 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문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미국 투자계획을 최종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 적자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현대차는 2021년까지 5년 동안 미국에 31억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SK 역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SK 고위관계자는 “미국 투자건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미현/좌동욱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