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 19일 시작된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과 관련, 브렉시트 전에 들어온 EU 회원국민의 거주권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했지만 EU 내 반응은 싸늘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 보도했다.

메이 총리는 지난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예정시기인 2019년에 영국 내 300만명에 이르는 EU 회원국민을 추방하지 않을 것이며, 5년간 거주한 EU 회원국민에게 영국민과 같은 수준의 지위를 부여하겠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인 5년 거주의 기준 시점에 대해서는 26일 발표할 예정이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대해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EU 정상회의가 브렉시트 협상 자리가 아니라며 핵심의제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영국을 뺀) 27개 EU 회원국의 미래를 규정하는 것이 브렉시트 협상보다 우선한다”며 메이 총리가 주도권을 갖는 것을 경계했다. 메이 총리는 저녁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 시간에 짧은 브렉시트 관련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후 27개국 정상 간 짧은 회의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등은 영국과 다시 좋은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투스크 의장은 메이 총리의 제안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고 깎아내렸다. 메르켈 총리도 “(그런 제안이) 돌파구는 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한 외교관은 메이 총리의 제안이 ‘가능한 이야기’라면서도 “2019년에 영국 내 EU 회원국민을 강제추방하지 않겠다는 데에 감사해야 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FT는 외교 관계자들의 발언을 전하며 1년 전에는 EU 내에 영국이 다시 EU에 합류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었지만 현재는 그런 분위기가 많이 사그라들었다고 전했다. 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기가 회복되고 프랑스·독일 관계가 좋아진 점, 영국 조기총선에서 영국 내 분열이 확인된 점 등으로 인해 유럽 내에 협상 우위를 점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