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1일 경북 청송에서 홀로 살던 치매 노인 A씨(83)가 하천변 갈대밭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A씨는 한 달 전 냉이를 캔 뒤 집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길을 잃어 변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사인은 저체온증. A씨를 돌보던 노인센터는 실종 사흘 뒤 청송경찰서에 ‘A씨가 사라졌다’며 가출 신고를 했다. A씨를 찾기 위해 연인원 기준 경찰관 1396명, 소방·지방자치단체 1187명 등 총 2583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이들이 일대를 샅샅이 뒤졌으나 A씨는 결국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치매 환자의 경우 살인·자살뿐만 아니라 가출·실종도 큰 문제다. 길을 잃은 치매 노인들은 각종 범죄에 노출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 7650명이던 치매 환자 실종 건수는 지난해 말 9869명으로 늘었다. 대부분의 실종자는 다시 찾기 때문에 장기 실종자로 남은 이는 200명 선이다. 여기에는 A씨처럼 시신으로 돌아온 사례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치매 노인 실종을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배회감지기와 인식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성냥갑 크기의 소형 위치추적기인 배회감지기를 환자의 목걸이나 허리춤에 부착하면 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실종자를 곧바로 찾을 수 있다. 주소와 보호자 연락처 등이 담긴 인식표는 치매 환자의 옷에 달아 길을 잃더라도 관계 기관 등이 실종자의 신상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도 지문사전등록제를 운영하고 있다. 치매 환자의 지문과 얼굴 사진, 신체적 특이사항, 연락처 등을 미리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해두는 제도다. 그러나 DB에 올라온 치매 환자는 전체 환자의 3%에 불과한 실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자신이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하고 외부에 알리기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며 “치매가 흉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극복해야 하는 과제라는 인식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