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을 능력이 떨어져 가계부채 부실이 우려되는 위험가구가 126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중 위험성이 훨씬 큰 고(高)위험가구는 30만 가구를 넘는다. 대출금리가 단기 급등하면 ‘부실가구’가 늘어날 수 있다.
금리 오르면 빚 감당 못하는 '위험가구' 126만 넘어
한국은행은 22일 국회에 제출한 ‘2017년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위험가구가 2015년 3월 말 109만7000가구에서 작년 3월 말 126만3000가구로 늘었다고 밝혔다. 1년 만에 16만6000가구(15%) 증가했다. 이들이 보유한 빚도 이 기간 157조1000억원에서 186조7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전체 빚 중 위험가구가 보유한 빚이 21%에 달했다.

고위험가구도 이 기간 29만7000가구에서 31만5000가구로 1만8000가구(6%) 증가했다. 이들이 보유한 부채는 46조4000억원에서 62조원으로 늘었다. 변성식 한은 금융안정국 안정총괄팀장은 “위험가구나 고위험가구가 당장 빚을 못 갚는다는 건 아니지만 부실 위험이 큰 건 사실”이라며 “특히 고위험가구는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부채가 자산(집, 자동차, 예금 등)보다 많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작년 하반기 이후 대출금리가 꿈틀대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미국이 정책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한은은 이번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대출금리가 0.5%포인트, 1%, 1.5% 상승하는 경우 고위험가구는 2016년보다 각각 8000가구, 2만5000가구, 6만 가구 증가할 것”이라며 “대출금리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하면 가계부채의 취약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계 실질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 3월 말 가계부채는 1359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1% 늘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3.3%로 전년 동기보다 8.6%포인트 증가했다.

부동산과 연계된 대출, 보증, 투자상품 등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1644조원으로 2010년 865조2000억원에 비해 6년 만에 거의 두 배로 뛰었다.

한은은 “위험노출액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부동산 경기 변동에 따라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험노출액을 부문별로 보면 가계 904조원, 기업 578조원, 금융투자자 162조원이었다.

한은은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취급 유인을 약화시키거나 위험도가 높은 대출을 중점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호순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은행의 대출별 위험가중치를 보면 가계대출이 기업대출보다 가중치가 낮다”며 “가계대출의 위험가중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집값 상승 지역별 차별화…주택시장 과열이라고 보긴 힘들다"

6·19대책 가격진정에 효과
금리 인상은 신중하게 결정


금리 오르면 빚 감당 못하는 '위험가구' 126만 넘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을 ‘국지적 현상’으로 진단했다.

이 총재는 22일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최근 주택 가격은 서울이나 부산 등 수요가 높은 특정 지역에서 상승하고 있지만 일부 지방에선 정체된 곳도 있고 경우에 따라선 하락한 곳도 있다”며 “지역별로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주택시장이 과열됐다고 보기는 힘들다”고도 했다.

이어 “주택시장은 과열이든 침체든 모두 금융·경제 안정을 해치기 때문에 (주택시장) 안정 기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 대해선 “주택 투자 심리를 진정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본다”며 “가격 상승세 진정에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 대책으로 안 되면 통화정책을 쓸 것인지 묻는 말에는 “거시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집값 잡기용’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과 보유자산 축소에 나선 데 대해선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추진되겠지만 보유자산 축소는 전례 없는 일인 만큼 축소 과정에서 국내외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필요하다면 적기에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4일 임기 만료로 물러나는 장병화 부총재 후임 인선을 위해 청와대와 협의하는지 묻자 “인선 작업이 진행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상황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른 시일 내 인선이 마무리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임이 정해지기까지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정원인 7인 체제가 아니라 6인 체제로 운영되는 게 불가피해졌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