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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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부부들의 TV가 커지고 있다. 국내 2인 이하 소규모 가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가구 규모가 작아지고 있는 반면, 가정용 TV는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시장조사전문기관 GFK에 따르면 국내 TV 시장에서 50인치 이상 대형 TV의 비중은 금액을 기준으로 지난해 전체의 TV의 50%를 넘어섰다.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보통 가구 외에도 소규모 가구도 대형 TV를 선호한 탓이다.

살림을 새로 장만하는 신혼부부의 경우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졌다. 전자제품 매장 관계자는 "신혼부부 고객들이 보통 전용면적 59㎡(약 24평) 정도의 집을 구하면서 혼수용으로 가장 선호하는 TV 사이즈는 55인치"라고 말했다.

◆ TV 혼수 공식, "아파트 평수+20=TV 크기였는데…"

최근 가전매장에서는 기존의 '혼수 공식'이 깨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10여년 전에는 아파트의 평수에 따라 TV크기가 결정됐다. 브라운관이 점령한 TV 시장에 LCD TV나 평면형 TV가 나오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20평대라면 20인치대, 30평대라면 30인치대가 일반적이었다. 40인치대의 TV는 '사치스럽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였다.

이후 고화질(HD)방송이 보편화되고 IPTV(인터넷TV) 보급이 늘면서 TV 크기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혼수 공식도 이를 따라 바뀌었다. 아파트 평수에 20을 더한' 혼수공식'이 나온 것이다. 신혼집으로 20평대를 선호하다보니 여기에 20을 더한 '40인치 TV'가 대세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여기에 한술 더 떠서 30을 더하게 됐다. 신혼부부의 혼수품목에 '50인치 TV'가 이름을 올리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신형 TV가 부피가 작아진데다 신혼부부의 연령대가 높아진 점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최근 출시된 TV는 '베젤(테두리)리스' 디자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베젤, 본체 등 화면 외적인 부분이 크게 줄거나 분리됐다. 화면이 커도 TV의 전체 부피가 커지는 건 아니다.

반면 10년 전 유행했던 TV 모델은 한 면의 베젤만 30㎜에 달했다. 여기에 본체와 후면에 연결되는 각종 단자들이 더해지면 부피는 더욱 커진다.

따라서 화면 크기가 같은 TV를 놓더라도 신형 TV를 놓은 거실이 유독 텅 비어보이게 된다. 소비자들은 줄어든 베젤의 크기만큼 빈 거실을 채우기 위해 예전보다 더 큰 화면의 TV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
깨지는 혼수공식, "집은 작아도 TV는 50인치 넘어야"
◆ 달라진 결혼 문화, 달라진 혼수 씀씀이

신혼부부의 나이대가 높아지면서 구매력이 커진 것도 원인이다. 1인 가구로 오랜동안 살다가 살림을 합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기존에 사용한 제품보다 큰 제품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결혼 준비에 달라진 씀씀이도 한 몫을 했다. 최근 예비 부부들은 예전에 비해 결혼식을 작게 하거나 허례허식을 줄이는 결혼을 선호한다. 대신 혼수에 투자하고 있다.

집 장만이 쉽지 않은 이유도 있다. 예전에는 집을 늘려가면서 살림을 늘리는 식이었다. 이제는 집을 늘려가기가 어려워진만큼, 집 안에서는 '내가 원하는 생활'을 누리고 싶어하는 마음이 작용했다. TV 사이즈가 커진 것은 물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 등 프리미엄급 제품도 혼수목록에 자주 오른다.

전자제품 매장 관계자는 "혼수는 한번 살 때 제대로 된 제품을 사서 오래 쓰고자 하는 추세가 계속되는 것 같다"며 "신혼부부의 나이가 많아지면서 혼수 예산도 예전보다 다소 커진 듯하다"고 귀띔했다.

이 밖에 경제력을 갖춘 1인 가구 인구가 늘어나는 것도 대형 TV의 성장세에 기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의 경우에도 큰 TV를 선호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며 "경제력을 갖춘 자취 직장인들이 취미 생활을 위해 종종 대형 TV를 사간다"라고 설명했다.

김소현 한경닷컴 기자 ks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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