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북쪽 찬공기가 장마전선 북상 막아
전국이 1973년 이후 44년 만에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달 강수량도 예년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돼 이번 가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가뭄은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일부 지역에선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기상청이 최근 6개월 누적 강수량으로 산출한 ‘행정구역별 가뭄지수 현황’을 보면 경기 평택시와 충북 진천군, 충남 당진·천안시, 경북 고령군, 전남 진도·해남군 등 7곳이 ‘심한 가뭄’ 수준으로 분류됐다.

충북 음성군과 경북 포항·김천시, 광주광역시, 전남 여주·나주시와 영광·장성·고흥·보성군 등 23곳은 ‘보통가뭄’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한 가뭄은 3.7~17.8년, 보통 가뭄은 2.0~3.7년 만에 돌아온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예년보다 누적 강수량이 가장 적은 곳은 전남 해남군이었다. 지난 6개월간 해남군의 누적 강수량은 178.5㎜로 평년(433.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41%)이었다. 충남 천안시(306.8㎜, 51%)와 전남 목포시(189.1㎜, 52%), 충남 서산시(185.1㎜, 54%), 경북 포항시(194.7㎜, 54%)가 뒤를 이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매년 기상 원인이 달라 가뭄을 특정 추세라고 설명하긴 힘들다”면서도 “비구름대가 한반도 남쪽에 주로 머물러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반도 북쪽에 자리잡은 찬공기가 북태평양 고기압의 팽창을 방해해 고기압 위쪽에 형성되는 장마 전선이 아직 한반도 쪽으로 올라오지 못한 것도 원인이란 설명이다.

기상청은 다음달 초나 돼서야 가뭄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달 누적 강수량은 평년(158.6㎜)과 비슷하거나 적겠으나 다음달 초에는 평년(289.7㎜)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란 관측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