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이면 땁니다"…공신력 없는 상담자격증만 500개 넘어
서울대 심리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A씨는 임상심리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몇 년째 병원에서 실습 중이다. 이를 본 지인은 “상담사 자격증은 몇 달 만에 딴다던데 뭐 그리 오랫동안 고생하느냐”고 타박했다. 인터넷 등 각종 매체에서 광고하는 민간단체의 ‘날림 상담자격증’을 보고 한 말이다.

16일 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전체 민간자격증 2만3574개 가운데 ‘상담’이 들어간 자격증은 3545개(15%)에 달한다. 명칭에 ‘심리상담’을 쓰는 자격증도 2017개(8.6%)다. 심리상담분야 자격증의 연도별 신규 등록 건수는 2011년 60건에서 지난해 547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이런 자격증은 몇 시간 동영상 강의만 들으면 수료할 수 있거나 오픈북으로 시험을 보기도 한다. 시험 관리가 허술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상담이 무엇인가’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타로상담, 전생치료, 역사치료 등 각종 자격증이 발급되고 있지만 이것들이 ‘상담’인지 명확한 규정은 없다. 공신력 없는 자격증을 비싼 돈을 들여 따는 것은 이를 취득한 상담사와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력에게 서비스를 받는 이용자 모두에 피해를 준다. 자격증을 딴 뒤 사후 관리가 안 돼 사건·사고가 생기는 것도 문제다.

업계에서 공신력을 가진 자격증은 한국상담심리학회의 상담심리사, 한국상담학회의 전문상담사 자격증 등이다.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수년간 관련 기관에서 수련을 거쳐야만 받을 수 있다.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등도 전문성을 갖춰 국방부의 군상담사 채용 기준으로 쓰인다. 하지만 이름이 비슷한 탓에 제대로 된 자격증이 피해를 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주요 학회는 국가공인 상담심리사 자격증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상담 분야의 국가자격증은 청소년상담사와 교원만 취득할 수 있는 전문상담교사뿐이다. 최해연 한국상담대학원대 교수는 “상담은 단순히 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높은 전문성과 윤리의식이 필요한 행위”라며 “이를 갖추기 위한 검증 과정과 관리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커지는데 관련 법률은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한국상담학회 등은 전문상담진흥법을 제정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