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강경 기류…"조건없는 배치 수용 안하면 사드 철수"
한국이 조건 없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수용하지 않으면 미국이 사드를 철수한다는 얘기가 워싱턴DC 외교가에서 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이 이런 방침을 확정했으며, 이달 말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통해 밝힐 것이라는 내용이다.

백악관 소식통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백악관으로 불러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한 후 ‘한국이 조건 없이(unconditionally) 사드 배치를 수용하지 않으면 사드를 철수한다’는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미 국무부 대변인은 백악관의 사드 관련 회동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청와대가 ‘환경영향평가 후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여부를 결정한다’고 발표한 다음날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사드 추가 배치 문제를 분명히 짚고 넘어간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사드 배치 논란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는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걸고 한국이 미국 편에 설 것인지, 아니면 홀로서기 또는 다른 편에 설 것인지를 물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국 정부가 환경영향평가 등의 조건을 붙일 경우 사드 철수를 단행하고 이후 필요한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에서는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시간을 벌고 그사이 북핵 문제가 풀리면 자연 사드 논란도 해소되는 것 아니냐”(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기본적으로 미진한 법적·절차적 문제를 보완하겠다는 것이니 큰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담당 대통령특보) 등의 발언이 나온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 그의 직설적이고 저돌적인 대화 스타일에 적잖게 당혹해 했다는 후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철수 카드를 꺼내들 경우 문 대통령이 어떤 ‘창의적’ 답변으로 대응할지 주목된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