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미디어 뉴스룸-한경BUSINESS] 미국·러시아 양강 구도 흔들…'우주 강국' 지금이 기회다
우주개발 경쟁이 한창이다. 미국과 러시아 등 몇몇 강대국만의 전유물이 더 이상 아니다. 59개국이 우주개발에 나서고 있다. 정부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민간 기업체의 투자도 활발하다. 한국은 미미하다.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가 안 된다. 전문가들은 “우주개발에서 미국과 러시아 2강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며 “한국이 우주개발 강국으로 떠오를 절호의 기회”라고 지적한다.

한국의 우주개발 투자 ‘미미’

미국 우주재단(Space Foundation)에 따르면 2015년 세계 우주시장 규모는 3229억달러(약 362조원)다. 10년 전인 2005년 1767억달러(약 198조원)와 비교하면 82.7% 증가했다. 우주 활동 참여국도 2003년 37개국에서 2015년 59개국으로 늘었다. 이들 국가 중 우주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미국 러시아 유럽은 우주탐사를 위한 연구개발(R&D)과 우주 시장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산업경쟁력 강화에 치중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우주산업 분야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우주산업에 참여한 기업체의 매출, 연구 기관의 예산액, 대학 연구비를 모두 합산한 우주분야 활동 금액은 약 3조1231억원이다. 전년보다 2720억원(9.5%) 늘긴 했다. 하지만 세계 우주시장 규모(362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8%에 불과하다.

더구나 우주 선진국에선 민간 기업체의 투자가 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반대다. 2014년 한국 민간기업의 우주 분야 활동 금액(매출)은 전체의 86.9%에 달했지만 2015년엔 79.7%로 낮아졌다. 연구 기관 비중은 12%에서 19.2%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도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주 행성 탐사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의 신휴성 극한건설연구단 단장은 “미국과 러시아 2강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며 “지금이 한국이 장차 우주 강국으로 떠오를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신 단장은 “위성과 발사체에 집중된 우주개발 로드맵을 다각화하고 국제 협력을 통해 우주탐사 기술을 좀 더 융·복합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융·복합 사업을 기획할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략해야 할 네 가지 유망 분야

아무리 급하다고 아무 데다 투자해선 곤란하다. 돈 되는 곳을 골라 투자해야 한다. 민세주 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우주 경제를 이끌 유망 분야로 네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준(準)궤도 우주비행체 이용 상업 시장’이다. 쉽게 말해 보편화된 우주 관광이다. 저궤도(지상 160~2000㎞)보다 낮은 고도(지상 50~100㎞)인 준궤도를 이용하면 무중력·지구 만곡 감상 등 일반적인 수준에서 우주를 경험할 수 있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낮다. 준궤도 우주비행체를 이용한 상업시장을 준비하는 업체들은 주로 20만달러(약 2억2500만원) 수준의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기존 우주관광 비용은 수천만달러에 달했다.

두 번째는 ‘나노 위성 시장’이다. 초소형 위성(10~100㎏)을 넘어 나노 위성(1~10㎏)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기술 발전으로 부품 자재 성능이 좋아지고 가격이 낮아지면서 인공위성 소형화에 유리한 환경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2020년께 75억달러 이상이 될 전망이다.

세 번째로는 ‘지구 관측 영상 서비스 및 데이터 분석 시장’이 추천됐다. 기존에는 기상관측, 농작물 작황 점검 등 정부의 필요에 쓰인 위성정보 수요가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산하면서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2000년 이후 사업을 시작한 우주 신생기업 124곳 중 20개 기업이 데이터 분석 분야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우주 자원 탐사’도 유망 분야로 꼽혔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는 석유 기반 경제에서 옮겨가기 위한 포석으로 우주 저수지 건설 등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도 우주 채굴 산업 본격화에 대비한 법적 제도를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행성 자원 채굴 등이 주가 될 전망이다.

정채희 한경비즈니스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