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현행 월 20만원에서 내년 상반기 월 25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수급액과 가입 기간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기초연금을 최대 10만원까지 깎는 현행 제도는 일단 유지한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부터는 최소 월 15만원에서 최대 월 25만원의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 대변인은 15일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고 노인빈곤율을 낮추기 위해 기초연금을 내년 상반기 월 25만원, 2021년부터 월 3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박 대변인은 “(기초연금 인상을 위한) 내년 추가 소요 재정은 2조4000억원 규모”라며 “재원 마련 방안은 기획재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기초연금 예산은 10조3000억원이다.
기초연금, 내년부터 월 25만원
국정기획위는 그러나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은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수급자 및 수급액이 매년 동시에 늘어나는 상황에서 두 연금의 연계를 폐지하면 재정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기준 기초연금 수급자 약 465만 명 중 국민연금 연계로 수급액이 깎이는 사람은 약 23만 명으로 전체의 5%가량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계획대로 기초연금을 현행 월 20만원에서 내년 상반기 월 25만원으로 인상하려면 우선 기초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기초연금법은 부칙 제7조에서 기초연금 기준액을 월 20만원으로 정하고 있다. 기준액은 전년도 물가상승률에 따라 매년 4월 인상되며 올해 4월부터 내년 3월까지는 20만6050원이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이와 관련, “기초연금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인상 시기는 법안 통과 시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게 보건복지부 설명이다. 지난 대선 기간 주요 후보 5명 모두 기초연금 인상을 공약한 만큼 법안 통과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복지부는 보고 있다.

기초연금이 인상되더라도 모든 수급자가 월 25만원을 받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 수급액과 가입 기간에 따라 기초연금을 깎는 현행 제도는 일단 유지하기로 해서다. 김연명 국정기획위 사회분과위원장은 “올해 시행되는 국민연금 4차 재정추계 결과를 감안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를 폐지할지 말지) 심층 분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를 폐지할 경우 재정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에 따라 ‘연계 폐지’ 공약에서 일단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올해는 국민연금 수급액이 월 30만원 이하면 기초연금 20만원 전액을 받지만, 국민연금이 월 30만원을 넘으면 기초연금이 단계적으로 깎인다. 국민연금이 월 40만원 이상이면 기초연금은 월 10만원까지 감액된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부터 기초연금 수급액은 월 15만~25만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 분과위원장은 “국민연금과 연계해 기초연금이 깎이는 사람은 23만명에 불과하다. (연계를 폐지하더라도) 추가 재정 소요에 대한 영향은 무시해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기획위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 폐지를 강행하면 장기적으로는 ‘무시해도 될 정도’가 아니라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두 연금 연계를 폐지하면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대로, 기초연금은 기초연금대로 모두 지급해야 하는 데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수급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는 약 436만 명, 기초연금 수급자는 약 458만 명이다. 국민연금은 이미 2060년이면 적립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측됐으며(2013년 3차 재정추계), 고갈 시기는 더 당겨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국정기획위는 2021년부터는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전체 추가 소요 예산은 문재인 정부 5년간 21조원, 1년에 4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자유한국당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 제도를 폐지하는 것에는 부정적이어서 갈등도 예상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두 연금 연계 제도를 없애면 미래세대의 부담은 늘어날 것”이라며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미가입자 등 사각지대를 메우는 보완적인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일규/김채연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