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출신 20대 극단주의자…당국 감시망에 있었는지 주목

영국 런던 테러범 가운데 1명이 수사당국이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감시를 게을리했을 수 있다는 정황이 나타났다.

앞서 두 차례 감시망에 있던 극단주의자들이 테러를 저지른 만큼 이번에도 안보 부실이 사실로 드러나면 영국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3일 런던 브리지와 버러 마켓에서 차량·흉기 테러를 저지른 테러범 3명 중 1명이 극단주의적 시각 때문에 경찰에 두 차례나 신고가 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신문은 동료 2명과 함께 현장에서 사살된 파키스탄 출신의 이 테러범이 유튜브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관련 영상을 보면서 급진화했으며, 그의 극단주의 시각을 우려한 친구가 그를 대테러 당국에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친구는 "우리는 특정 테러 공격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그는 많은 극단주의자처럼 모든 것을 정당화했고, 그날 나는 경찰에 연락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테러범이 갈수록 급진화하는 증거가 있었는데도 당국이 필요한 조치를 하는 데 실패했다고 이 친구는 강조했다.

또 이 테러범의 이웃이었던 세 자녀의 엄마인 에리카 가스파리는 자신의 자녀들에게 테러범이 이슬람 개종 급진화를 시도해 2년 전 런던 바킹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테러범은 동네 공원에서 가스파리의 아이들에게 이슬람 극단주의를 세뇌하기 시작했으며, 자녀 2명은 집에서 "엄마, 나 무슬림이 되고 싶어요"라고 했다.

가스파리는 테러범이 "공원에서 이슬람에 관해 이야기하며 아이들을 급진화하려 했으며, 라마단 기간 집에 찾아와 아이들에게 돈과 사탕을 줬다"고 말했다.

가스파리는 경찰이 테러범 정보를 런던 경찰국에 넘겼다고 들은 후에는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도 파키스탄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란 20대 테러범이 어린이들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끌어들이려고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바킹 지역에서 이 테러범과 같은 체육관에 다닌 한 10대 청소년도 테러범이 IS 가입을 권유하며 접근했다고 증언했다.

영국 대테러 당국이 최근 잇따라 일어난 테러를 저지른 용의자들 대한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도 부실하게 대응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영국 정보기관이 맨체스터 공연장 테러범 살만 아베디(22)의 급진적 시각을 알리는 신고를 이슬람 단체와 친구 등으로부터 받고도 놓쳤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난달 22일 맨체스터 테러로 22명이 숨진 지 불과 10여 일 만에 런던 도심에서 테러로 7명이 사망해 오는 8일 영국 총선에서 안보 이슈가 부각될 가능성이 커졌다.

IS는 두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영국 보수당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앞두고 국민적 합의를 모아 유럽연합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취지로 조기총선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막판에 맨체스터에 이어 런던에서 테러가 발생하면서 총선 의제가 브렉시트에서 안보로 급변했다.

테러가 선거 막판 표심에 영향을 미칠 변수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수당과 노동당의 지지율 격차는 1%포인트까지 좁아졌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