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정역사교과서 폐지가 남긴 숙제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이 해체된 31일, 교육부 고위 관료를 만났다.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진 한시 조직으로 이날 국정역사교과서의 공식 폐지와 운명을 같이했다. 소회를 물었다. “정상화란 말이 아직도 헷갈린다”는 답이 돌아왔다.

문패에서도 알 수 있듯이 추진단은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해 일했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일을 한다는 의미에서 그들은 국정교과서란 말 대신 ‘올바른 교과서’로 표현하길 원했다.

국정역사교과서를 폐지할 때도 추진단은 ‘정상화’ 지침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업무지침 2호로 국정교과서를 지목했고, 당시 청와대 발표 내용은 이랬다. “역사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국정역사교과서를 폐지하라.” 국정역사교과서를 만들 때 사용한 ‘정상화’란 단어가 이번엔 폐지의 명분으로 쓰인 것이다.

국정역사교과서 논란은 역사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한다. 각계에서 국정화 반대 시국 선언이 잇따랐고, 또 그만큼의 국정화 옹호론자들도 등장했다. 그 덕분에 서점엔 에드워드 카 교수의 《역사란 무엇인가》란 책이 재등장해 꽤 팔리기도 했다. 1년 반 남짓한 소동 끝에 교육부는 이날 국정역사교과서 폐지를 관보에 게재함으로써 갈등은 일단락됐다. 문재인식 정상화의 첫 단추를 끼운 것이다.

일선 교육 현장에선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가 좌와 우 이념 갈등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게 대다수 교사들의 심정이다. 진영별로 제 입맛대로 해석한 역사를 학교 현장에 강요하려 한다는 불만이다. 한쪽은 북한에 대한 근시안적 호의와 반(反)기업적 정서를 담고 있고, 다른 한쪽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카 교수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다.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역사를 배운다는 의미다. “국정역사교과서 폐지를 보수에 대한 진보 진영의 승리만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얘기가 역사학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란 말이 적어도 문재인 정부 5년간만큼은 구문(舊文)이 되길 기대해본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