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건설산업 경쟁력 가로막는 장애물들
새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출범했다. 6월 말까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수립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조기 대선을 치르다 보니 새 정부도 공약이나 정책을 제대로 가다듬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단기 및 중장기 국정과제를 정리해야 할 때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공약집은 ‘건설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비전 아래 4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2개 방안은 적폐 청산에 해당하는 것으로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간접비 지급 방안 개선’과 ‘임금지급 보증제 조속 도입’이다. 다른 2개 방안은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제시한 ‘스마트 건설기술 확보 지원 확대’와 ‘해외 진출 지원’이다.

대선공약집에서 건설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니 건설업계로선 반가운 일이다. 사실 한국 건설산업 경쟁력은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는 2015년 기준 한국의 건설생산성을 세계 19위로 평가했다. 특히 지난 20년간 전체 산업의 생산성 증가율 대비 건설생산성 증가율은 조사 대상 41개국 중 40위로 사실상 꼴찌였다.

이렇게 된 원인은 복합적이다. 맥킨지는 과도한 정부 규제와 투명성 부족, 부적절한 정부조달 및 계약제도, 설계 및 엔지니어링과 시공의 통합 부족, 현장관리의 부적정, 새로운 디지털기술이나 신소재 및 자동화기술의 활용 부족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새 정부에서 청산해야 할 적폐고, 건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가로막는 구조적 장애물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확장적 재정정책의 일환으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특히 새 정부가 주목해야 할 것은 노후 인프라 개선 문제다. 한국은 1970년대 이후 압축성장 과정에서 단기간에 인프라를 대량 확충했지만 지금은 급속한 노후화로 국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서울시는 작년에 ‘노후기반시설 성능 개선 및 장수명화 촉진’을 위한 조례를 제정해 관련 예산을 책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서울시만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노후 인프라 실태를 조사하고 성능 개선을 위한 투자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새 정부에서 ‘노후기반시설 관리기본법’(가칭) 같은 법률 제정도 추진했으면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요소기술도 중요하지만 ‘융합과 통합’이 가능한 산업구조 형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 건설산업 구조는 지금도 1960년대나 1970년대 산업화 초창기 시대에 만들어진 ‘분업과 전문화’ 논리에 기초한 칸막이식 건설업종·업역 규제가 지배하고 있다. 건설업종이나 업역 수는 약 108개에 달하고, 일부는 겸업 금지 등으로 이익집단 간 갈등이 지속적으로 야기되고 있다. 시공도 원도급은 종합건설업체가, 하도급은 전문건설업체만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융합과 통합을 위해서는 칸막이식 건설업역 규제 타파가 이뤄져야 한다. 또 정부조달제도는 수직적인 원·하도급 구조나 파편화된 분리발주가 아니라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건설생산이 가능한 통합발주방식을 활성화해야 한다.

해외건설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보나 금융지원도 중요하다. 좀 더 근본적인 방안이라면 설계 및 엔지니어링 역량, 사업관리 및 기술역량 등을 포함한 건설업체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이 핵심이다. 그런데 이들 과제의 대부분은 기업 몫이다. 새 정부가 해외건설을 지원하고자 한다면 산업화 초창기 시대에 형성된 후진적인 국내 건설제도와 문화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전환하는 작업도 병행했으면 한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건설기술과 건축문화 선진화’를 위한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까지 구성해 국내 건설제도와 문화의 글로벌 스탠더드 전환을 추진했지만 그 성과는 미미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대선공약집에서 제시한 4개 방안에만 얽매이지 않았으면 한다. 획기적인 건설규제 개혁, 노후 인프라 투자 확대와 대책방안 수립을 위한 기본법 제정, 건설제도와 문화의 글로벌 스탠더드화 등 건설산업 전체를 보고 미래 비전에 적합한 산업구조 혁신과 경쟁력 강화방안을 제시했으면 한다.

이상호 <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