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대선 패배 후 3주 만에 대선평가 토론회를 열었지만 ‘네 탓’ 공방으로 얼룩졌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당 소속 의원, 원외 당원협의회 위원장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토론회에서 일부 당협위원장이 탄핵 사태와 대선 패배의 책임이 현역 의원들에게 있다고 비판하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한 당협위원장은 “한국당 의원들은 매우 비겁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과연 탄핵받을 만한 짓을 했냐”고 비판했다. 다른 당협위원장은 “선거에서 져도 ‘내가 잘못해서 졌다’고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바른정당에 갔다 왔으면서 반성하지 않는 분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참석자는 강연이 끝난 뒤 질문하겠다고 발언권을 얻어 질문은 하지 않고 자기 주장만 하다 사회자인 민경욱 의원의 제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그만하라” “마이크 뺏어라”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안 되는 거다. 사리 분별도 모르고…”라는 등 고함이 오가며 토론회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이우현 의원은 대선 책임론을 제기한 당협위원장들의 주장을 맞받아쳤다. 그는 “솔직하자.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절반은 선거운동을 안 하지 않았느냐. (대선후보 지지율이) 올라가니 (움직였다). 처음부터 죽기 살기로 뛰었으면 35%는 됐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우리 당 내부에서도 역량 있는 분이 많다”며 “외부인사인 인명진 목사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초빙한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허용범 당대표 비서실장 겸 서울 동대문갑 당협위원장은 “풀뿌리 정당정치를 복원하기 위해 (총선 선거구별로 있는 정당의 최하위 조직 단위인) 지구당부터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