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이 부산신항 내 유일한 국적 항만터미널을 지키기 위해 백기사로 나섰다.

수은은 연기금, 보험 등 다른 기관투자가와 함께 총 2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해양펀드’를 조성해 (주)한진이 갖고 있는 한진해운신항만 경영권의 유지를 돕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한진해운신항만은 부산신항만 3부두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투입금액 2000억원 중 수은이 내는 몫은 375억원이다.

(주)한진은 최근 한진해운신항만 경영권을 놓칠 수도 있는 처지였다. 한진해운신항만의 보통주 지분은 (주)한진이 50%+1주, 재무적투자자인 펠리샤가 50%-1주를 갖고 있다. 펠리샤는 여기에 보통주 지분율을 90%까지 높일 수 있는 전환우선주도 보유하고 있다. 펠리샤는 지난해 말부터 (주)한진에 보통주 지분 매입을 요구했으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꿔 외국계에 넘길 수 있다고 압박했다.

수은은 한진해운신항만 경영권마저 외국계로 넘어가면 부산신항 터미널은 모두 외국계가 운영하게 된다는 것을 우려했다. 부산신항 5개 터미널 중 한진해운신항만을 제외한 4개는 모두 외국계 자본 소유다.

이에 따라 글로벌 해양펀드가 2000억원, (주)한진과 부산항만공사는 1650억원을 투입해 펠리샤 지분을 사기로 했다. 글로벌 해양펀드는 전환우선주를, (주)한진과 부산항만공사가 보통주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주)한진의 지분율은 종전 50%+1주에서 63%까지 늘어난다. 글로벌 해양펀드와 부산항만공사의 지분율은 각각 25%와 12%가 된다.

글로벌 해양펀드는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부다.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금융회사가 협력해 국내외 해양인프라 프로젝트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내용이다. 수은은 2020년까지 글로벌 해양펀드 투입 금액을 1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