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방지턱' 걸린 증시…종목별 차별화 조짐
연일 사상 최고치로 마감하던 코스피지수가 7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특별한 악재는 없었다. 기관투자가들의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진 탓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 앞에 ‘과속방지턱’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한 달간 전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오른 만큼 차익 매물이 흘러나오면서 당분간 유가 변동과 미국 금리 인상 등 대외변수에 출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글로벌 증시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돼 있고 실적 개선 추세도 꺾이지 않았기 때문에 강세장 엔진이 식지는 않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과속방지턱 출현

29일 코스피지수는 2.33포인트(0.10%) 하락한 2352.97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2370선을 돌파해 지난 26일 세운 장중 사상 최고치 기록(2371.67)을 갈아치웠다.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는 듯했지만 기관이 99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탓에 오후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코스피지수가 하락한 것은 지난 18일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이 6거래일 연속 순매수(139억원)했고 개인도 566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기관 매물의 영향이 더 컸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단기 급등한 탓에 차익실현 물량이 나왔다”며 “기업 이익 증가세를 고려하면 2500선도 무리는 아니지만 단기적으로는 숨을 고르는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은 전 세계 주요국 증시 가운데 독보적인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26일까지 코스피지수는 6.8% 올라 미국 다우산업지수(0.8%), 일본 닛케이225지수(1.9%) 등을 크게 앞섰다. 하지만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9.9배에 불과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측면에서 아직 비싼 수준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증권업계에서 평가하는 단기 적정 PER은 10.0~10.5배, 중장기로는 11~12배 수준이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평균 PER인 12.7배에 비해 여전히 낮다”고 말했다. 이어 “올 2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45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어서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차별화 장세 나타날 것”

일각에서는 지수가 단기적으로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인 2350선에 도달한 만큼 앞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종목을 찾는 움직임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다음달에도 상승 흐름이 지속되겠지만 오는 6월5일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증언 등을 계기로 정치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어 상승 탄력은 이달보다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코스피지수 상승세가 약화되면 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2분기 실적 기대감이 남아있는 만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들을 우선적으로 눈여겨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키움증권은 LG디스플레이 한국타이어 포스코대우 한진칼 코오롱인더 SK가스 등을 유망종목으로 꼽았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 GS 포스코 대림산업 신세계 등을 가성비 높은 종목으로 분류했다.

내수주로의 순환매를 예상한 전문가도 있었다. 29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개혁입법 등이 다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소비자심리지수가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내수주 반등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개선세를 감안했을 때 제일기획 한섬 BGF리테일 롯데하이마트 모두투어 등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최만수/윤정현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