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의 실험 "창의적 임원 되려면 와이셔츠 입지 마라"
CJ그룹 임원들은 다음달 1일부터 와이셔츠 넥타이 등 정장 차림을 할 수 없다. 4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이재현 회장이 모든 계열사 임원에게 ‘복장 자율화’를 지키라고 특별 지시했기 때문이다.

29일 CJ그룹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CJ의 모든 계열사 임원은 출근 복장으로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넥타이와 와이셔츠, 정장 재킷, 정장 바지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 면바지와 편한 셔츠 등을 재킷과 함께 입는 비즈니스 캐주얼은 허용된다.

복장 자율화는 2000년 CJ가 ‘호칭 파괴’와 함께 국내 기업 최초로 도입한 제도다. CJ그룹의 부장 이하 사원들은 이후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고 출근하고 있다. 하지만 임원들은 대부분 정장에 넥타이만 매지 않은 ‘노타이 정장’ 차림으로 근무해왔다. CJ 관계자는 “이 회장이 복귀 후 임원들을 자주 만나면서 정작 솔선수범해야 할 임원들이 복장 자율화를 잘 지키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판단해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으라고 별도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J그룹의 임원 복장 자율화는 이 회장의 조직 문화 혁신방안 중 하나다. 이 회장은 2020년까지 그룹 총 매출 100조원, 해외 매출 비중 70%라는 ‘그레이트 CJ’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직원 복지 혜택 강화 △자녀 출산·입학 휴가 확대 △연수 기회 제공 △성과급 체계 개편 등 다양한 조직 문화 혁신방안을 내놨다.

CJ그룹 관계자는 “2000년 초반부터 직급 대신 이름 뒤에 ‘님’을 붙이는 호칭 파괴와 복장 자율화를 국내 기업 최초로 시행하면서 창조성이 강조되는 기업 문화가 조성됐다”며 “이를 발판으로 영화, 방송, 문화 등 신규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만큼 이번에 또 한번 분위기가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들의 캐주얼 복장을 권장하는 것에 대해선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임원은 ‘복장 자율화가 또 다른 복장 규제’라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고위 임원들은 사내 직원들과 일하는 시간보다 공식적인 대외 행사나 외부 비즈니스 미팅 등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아침마다 옷 고르는 스트레스가 커질 것을 우려하는 임원들도 많다. CJ의 한 계열사 임원은 “정장을 입을 땐 별 고민 없이 출근 준비를 했는데 이젠 상의와 하의를 어떻게 매치할지, 디자인과 신발 양말까지 고르느라 아침마다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며 “새 옷을 사느라 지출해야 하는 돈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